■ 도시풍경

사진·글=윤성호 기자

서울 종로구 한 빌라에서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밧줄에 매달린 자재가 오르내리고, 낡은 구조물이 해체된다. 이삿짐을 들이기 전, 집을 먼저 고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요즘의 이사는 단순한 거처 이동이 아니다. 벽지와 장판을 바꾸고, 주방과 욕실까지 손보는 리모델링은 당연한 과정처럼 자리 잡았다. 새 공간에서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는 바람이 그만큼 커졌다. 가을은 예부터 이사철이다. 무더위와 장마를 피할 수 있는 계절이어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봄과 가을에 주로 집을 옮겼다. 또한 새 학기와도 맞아떨어지기에 이맘때면 도시 곳곳에서 이사하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전·월세 계약 제도 변화와 생활 패턴의 다양화로 이사 시기가 분산되면서, 특정 계절에 몰리던 풍경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을 하늘 아래 분주히 오르내리는 이사 장면은 도시의 계절감을 전한다.

■ 촬영노트

예전엔 이사를 하고 나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나누던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를 메운 건 리모델링과 분주한 손길뿐.

윤성호 기자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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