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응원 구호 ‘화이팅’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 구호는 영어 ‘fighting’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영어권에서는 이런 표현을 전혀 쓰지 않는다. 이 표현은 일본과 한국에서만 쓰니 결과적으로 이 두 나라에서 만들어진 엉터리 영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투지’를 대신하는 말로 쓰이는데 일제강점기의 우리 신문에도 많은 예가 확인된다. 그런데 응원 구호로는 우리가 훨씬 많이 쓰니 대표적인 ‘콩글리시’인 셈이다.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도 꽤 특이해 보이는 응원 구호가 쓰이는데 ‘자유’가 그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쓰자면 ‘加油’이니 ‘기름을 붓다’ 정도의 뜻이다. 기름은 음식을 조리할 때 쓰일 뿐만 아니라 등불이나 기계의 연료로도 쓰인다. 음식에 기름을 쓰면 풍미와 식감이 달라지니 이와 관련된 구호로도 볼 수 있으나 아무래도 후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연료가 더해지면 더 힘이 나니 ‘힘내라!’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응원 구호를 서양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류 열풍으로 우리의 구호 파이팅도 알려지게 되면서 우리도 부끄러워하는 이 말이 바로잡힐 것이라 보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fighting’이 아니라 우리의 발음 그대로 ‘whiting’이라 쓰고 발음한다. 영어가 변형된 것이지만 이마저도 우리의 문화로 보고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살펴보면 앞으로 더 ‘자유’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기름이 더해지면 우리의 문화와 말도 더 널리, 그리고 강하게 퍼져 나갈 것이다. 말은 살아 숨 쉬는 것이어서 여러 땅을 회유(回遊)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그 변화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 밖의 것이기도 하다. 파이팅은 콩글리시가 아니라 우리말이자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말이다. 우리말과 문화에 대한 ‘자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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