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국내외 정세 급변 속 추석 연휴
트럼프 訪韓에도 낙관 힘들어
향후 몇 년이 국가 흥망 가를 것
삼권분립 훼손 이미 위험 수위
일당 국가 위험성 갈수록 커져
미래세대의 분노 눈여겨볼 때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여름은 가을에 밀려났다. 세상 이치도 다르지 않다. 무소불위 권력도 머지않아 새로운 세력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극심한 국내외적 혼돈을 고려하면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까지 겹치면서 21세기 국운은 몇 년 사이에 결판난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AI 진화 5단계 로드맵’에 따르면, 마지막 단계인 조직 AI(인간에 필적하는 범용 AI) 목표 시점이 2035년, 딱 10년 앞이다. 챗GPT5를 사용하는 필자는 ‘AI 논설위원’이 인간 논설위원을 턱밑까지 추격해 왔음을 매일같이 실감한다.
갈수록 변화는 급속해질 것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예정되면서 세계의 관심이 한국에 쏠린다. 실질적으로 화급한 일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좋은 기회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25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뒤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드러났다. 앞으로 20일 동안 총력전을 펼쳐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 등의 카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치밀한 정세 판단과 목숨 건 담판으로 강동 6주를 얻은 ‘서희(徐熙)의 외교’가 절실한 때다. 외교부엔 서희홀, 국립외교원엔 서희 동상도 있다. 그런데 외교라인 면면을 보면 정실인사 수준이고, 무경험자나 부적격자도 수두룩하다. 학생운동 시절의 반미친중 본색까지 분출한다. 국정과 미래는 뒷전이고, 내년 지방선거 싹쓸이와 강성 당원 비위 맞추기가 우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 부부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재명 피자’를 고르고 K-푸드 홍보라고 주장하니 뜨악하다. 온갖 반기업 정책을 쏟아내면서 ‘누룽지 도(dough)에 고사리와 시래기 토핑 피자’ 쇼를 벌이는 게 수출에 도움 될까. 여당이 독주하는 여의도 정치는 더 가관이다. 검찰 폐지 입법에 따라 경찰의 비대화와 정치화 우려가 큰데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긴급체포는 그런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겁박해 여당 입맛에 맞는 판결을 강요하고, 제1 야당을 향해 툭하면 정당 해산을 겁박한다. 국정감사 등 추석 연휴 뒤 본격화할 정기국회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명실상부한 중국공산당 일당 지배 국가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노동당을 앞세운 김씨 왕조 국가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사이에 서열이 있는 ‘국민주권정부’는 일당 독재의 인민공화국 체제와 유사성이 있다. 집권 세력이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80년 동안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번영은 허물어지고, 자유민주주의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을 일군 역사를 뒤엎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 물을 마실 때는 우물 판 사람을 생각하고(飮水思源), 열매를 먹을 땐 뿌리의 고마움도 잊어선 안 된다(食果思根). 집권 세력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일구는 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집권층이 비난하는 이승만의 건국과 호국 및 교육입국, 박정희의 산업화와 자주국방이 없었다면, 식민지 피지배국에서 유일하게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주요국 정치도 심각한 양극화와 저질화에 시달린다. 그래도 국익과 안보를 앞세우고, 자국 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늘리며, 재정을 튼튼하게 하려는 방향인데, 현 정권만 역방향이다. 반기업·반고용 입법과 정책을 쏟아내고, 현금 살포 등 포퓰리즘에 매달린다. 정년 연장과 기득권 노조 편들기는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다. 그러면서 재정 적자와 연금 파탄이라는 짐은 미래세대에 떠넘긴다. 패륜과 다름없는 ‘정치악’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전 연령대 중에서 유일하게 20대 이하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이 높다. 6070 세대보다 더 비판적이다. 그렇다고 야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도 아니다. 청년 세대의 좌절과 분노를 푸는 데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식과 손주 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정파를 떠나 냉철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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