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를 다시 통상(通商) 무기화했다. 중국 상무부는 9일 희토류 채굴과 제련, 가공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자국산 희토류를 활용한 해외 제품까지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특히 14나노미터(㎚) 이하와 256층 이상의 첨단 반도체에 들어가는 희토류는 ‘사안별 승인’ 대상으로 묶였다. 이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유럽연합(EU)도 보호무역의 대열에 합류했다. EU는 지난 7일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고, 무관세 할당량(쿼터)은 연간 1830만t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게다가 환율도 더 불안해졌다. 일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아베노믹스 2.0’을 예고하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3엔까지 떨어졌다. 원화도 1420원으로 동반 하락했다. 미국의 3500억 달러 ‘선불 투자’ 압박과 생산기지 이전 요구 등 환율 불안 요인이 산적한 마당에 갈수록 외환 리스크도 급속히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가 미·중·EU·일본발 쓰나미에 사면초가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70%, 분리·정제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희토류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철강업계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중국의 저가 수출에 이어 미국과 EU의 관세 인상으로 3중고에 처했다. 지난해 EU로의 수출이 44억8000만 달러로 대미 수출(43억4700만 달러)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강대국 사이의 통상 마찰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을 피하려면 신속하고 실질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지난해 제정된 ‘공급망 3법’을 즉각 가동해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야 대치로 국회 상임위 소위에 계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안)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이 법에는 탄소중립 기술 전환, 전력공급망 확충, 원료 안정화 지원 등이 담겨 있다. 긴급 전기료 지원도 시급하다. 3년 새 산업용 전기요금이 76%나 올라 철강업계가 한계상황에 몰린 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통상 갈등이 새 분기점을 맞을 때까지, 정부와 여야는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비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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