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삐걱댈 때… 김정은, ‘右중左러 밀착’ 과시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밤 중국·러시아의 권력서열 2인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전야제를 열었다. 북·중·러는 지난달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이어 3국 연대를 재차 과시하고 있지만, 한·미·일은 이달 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불투명해 삼각 공조에 난기류가 감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경축대회에서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엔 중국의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을 공식 우호 방문한 리 총리와의 접견에서 “고위급 래왕(왕래)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확대해 나가자”고 밝혔다. 당초 10일 0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은 이날 ‘우중(雨中) 행사’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러가 ‘자유진영’에 맞서 밀착하는 반면, 한·미·일 공조는 삐걱거리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관세 협상의 세부 의제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APEC 계기 타결 가능성과 관련해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이달 말 말레이시아·일본·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는 1박 2일간만 체류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짧은 방한 일정에 APEC 계기 3국 정상회의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윤석 기자,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