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임산부의날… ‘지하철배려석 민원’ 올 8월까지 5140건

 

일평균 21건 달해… 5년새 최고

“엠블럼 달고 서 있어도 자는 척

노약자석이라며 내쫓는 노인도”

 

도입 10여 년 째 배려 인식 부재

복지부는 “강제할 수 없는 부분”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임신 7개월째인 임산부 A(31) 씨는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다 쫓겨나는 일을 겪었다. 한 노인 남성 승객이 A 씨에게 다가와 “여기는 노약자석”이라며 자리 양보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핑크색 좌석은 임산부 좌석이고, 지하철 끝에 있는 좌석이 노약자석”이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남성 승객은 얼굴을 찌푸리고 “비켜”라며 언성을 높였다. A 씨는 얘기를 더 했다가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다른 일반석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임신 초기인 B(35) 씨 역시 고충이 크다. 가방에 분홍색 임산부 엠블럼까지 달고 서 있어도 일부러 자는 척하거나 휴대폰을 보면서 못 본 체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B 씨는 “서울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은 이제 중년 남녀 승객의 전용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임산부들이 도리어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은 가운데,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민원은 최근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비임산부 착석으로 인한 안내방송 요청)은 2021년 7434건, 2022년 7334건, 2023년 7086건, 2024년 6286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1∼8월)의 경우 총 5140건으로 일평균 21.2건을 기록했다. 일평균으로 봤을 때 2021년 20.4건에서 매년 감소하다 올해 크게 늘었다. 임산부를 배려·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배려 문화 확산은 여전히 미진한 것이다.

지속적인 인식 개선 캠페인에도 민원이 줄지 않으면서,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 여부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부산·광주·대전교통공사는 임산부 배려석에 알림 센서를 도입한 상태다. 이들 지역 임산부 배려석 민원은 수십 건 수준에 그친다. 다만, 서울의 지하철 혼잡도가 훨씬 커 알림 센서를 도입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도 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센서 도입에 부정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산부 배려석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지속적인 인식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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