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90명 대상 설문조사

47% “외부 압력 부담 느껴”

더불어민주당이 재판독립·삼권분립 훼손 논란 속에도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부담을 느꼈다는 법관이 47%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언론 주목도가 높은 정치인 연루 사건에서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문화일보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진우(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확보한 법원행정처 연구용역 보고서에 실렸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14∼24일 전국 각급 법원의 법관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로 진행됐고, 총 690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323명(47.1%)은 ‘특정 사건에 대해 재판을 하면서 외부적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는 답은 41%였다. 재판 관련 외부 압력이 있었다고 답한 법관 중 절반가량(49.6%)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압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법관들이 느끼는 ‘부적절한 외부 압력’의 주체로는 정치권 및 언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설문에 응답한 법관 중 85%는 ‘국회가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나’라는 물음에 ‘매우 그렇지 않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해당 문항의 주어를 ‘기타 정치인’으로 바꿨을 때 부정적 답변 비율은 87.1%였고, 언론(86.4%), SNS(79.4%), 정부(48.3%) 역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법부 독립성을 해치는 것으로 봤다.

외부 압력을 넘어 협박이나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법관도 26.7%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근무지 법원에 항의성 편지가 오거나 대면 및 전화 협박, 이른바 ‘신상털이’를 하는 스토킹 행위 등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외부적 압력이 영향을 미치지만 대법원 차원의 대응은 미비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외부적 압력 때문에 실제 재판에 부담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한 법관은 61.1%였고, 이 가운데 48.1%는 심리적 부담으로 재판 절차·양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69.5%는 사법부의 언론 대응 강화(68.8%), 법관·가족 개인정보 보호 강화(17.3%), 별도 형사법적 제재(8.5%)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지역 한 법관은 “법관을 탄핵소추한다고 으름장 놓거나, 사법왜곡죄 신설 논의 등 입법부가 사법부를 직접 압박하는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사법부 판결이 나오면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 법치”라며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으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가 무너지게 된다”고 밝혔다.

최영서 기자
최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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