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체포적법성 논란 속에 정치 이슈로 비화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면직 후 전격 체포됐다가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끝에 풀려나자,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밀어붙이기로 수사권한이 커지는 경찰의 ‘정치적 수사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이 전 위원장을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강남구 자택에서 체포해 수갑을 채워 압송하면서 “3번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경찰에 냈고, 경찰 수사에 협조할 수 있었는데도 경찰이 무리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현행범이 아닌 데다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당사자를 체포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경찰과 이 전 위원장은 공소시효를 둘러싼 법 해석에도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6개월 이내에 혐의 여부를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 전 위원장 측은 같은 법 268조 3항을 근거로 들며 “선거법 혐의도 공소시효는 1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방어권은 국민 누구나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전임 정부의 장관급 인사가 수갑이 채워진 채로 체포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지만, 경찰이 내건 명분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경찰권 비대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검찰 대신 경찰이 정적을 쫓아내기 위한 수사에 동원되는 ‘정치 경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노수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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