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저항의 상징’으로 원피스 해적깃발 사용

인도네시아·네팔 이어 마다가스카르 시위에도 등장

원피스 해적깃발. 자카르타=AP 뉴시스
원피스 해적깃발. 자카르타=AP 뉴시스

아시아·남미·아프리카 등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젠지(GenZ·1990년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 생) 혁명’의 시위대가 일본 만화 ‘원피스(One Piece)’에 등장하는 해적 깃발을 상징으로 사용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독일 매체 DW는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이끄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해적 깃발이 세계 곳곳의 젠지 주도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해적 깃발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일어난 시위에서 처음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독립 80주년을 맞아 국기 게양을 촉구했지만 수도를 비롯한 곳곳에 국기 대신 이 해적 깃발이 내걸렸다.

이후 네팔에서 정부의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통제로 촉발된 대규모 반부패 시위에서도 이 깃발이 사용됐다. 시위대는 SNS 통제 해제와 총리 사퇴를 이끌어냈고, 이번 시위의 성공이 필리핀, 세르비아, 마다가스카르 등 여러 국가 젊은 층에 영향을 줬다. 이후 이 깃발은 마다가스카르 시위대 SNS 계정의 공식 로고로 활용되는 등 혁명을 대표하게 됐다.

사회운동가 버질러스 슬램은 DW에 “(원피스 주인공) 루피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친구들과 심지어 적들까지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이”라며 원피스가 젊은 시위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교수 누리안티 잘리는 미국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이 해적기는 대중문화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정부가 억압하기 어렵다”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원피스’는 주인공이 이끄는 해적단이 전설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일본의 만화 시리즈다. 1997년부터 연재돼 지난해 기준 5억부 이상 판매돼 단일 작가의 연재 만화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이다. TV시리즈와 영화까지 제작되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만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선형 기자
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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