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당 이탈에 자민당 ‘보수 회귀’ 가속 전망
보수화·다당화·불안정…공명당 결별이 바꾼 일본 정치 지형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26년 만에 자민당과의 연립 정권에서 전격적으로 이탈하면서, 자민당의 보수 노선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자민당 새 총재로 선출된 데 이어 공명당과의 결별이 보수 회귀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수화 억제 장치 사라졌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11일 사설에서 “파벌 비자금 문제를 둘러싼 자민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 26년에 걸친 자민당-공명당 협력 관계를 끝냈다”며 “공명당은 헌법과 안보 등에서 (자민당의 보수 정책에) 일정한 제동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재 체제하에서 자민당의 보수색 강화는 확실시된다”며 “연립 파트너가 존재했기에 간신히 유지됐던 (보수화)억제가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자민당과 공명당은 헌법 개정, 선택적 부부별성 제도 등에서 갈등을 빚어왔다”며 “이번 결별은 다카이치 총재가 추진하는 ‘보수 회귀’ 노선에 순풍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이 반대하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주저 없이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 추진도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당제 심화, 정치 불안 가중
공명당의 연정 이탈로 일본 정치의 다당제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민당은 과거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을 확보한 적도 있었으나, 현재는 과반에 크게 못 미친다. 최근 국민민주당과 우익 성향의 참정당 등이 약진하면서 세력 구도가 다극화됐다.
아사히신문은 “야당이 대동단결해 자민당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다당화가 심화되면서 과반 찬성을 얻어 정치를 전진시키는 다수파 형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 정당이 안정적 재원 확보보다는 선심성 정책 경쟁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도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정 붕괴는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자민당 내부에서도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파벌 간 대립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리플 약세’ 우려도 고개
한편, 자민당과 공명당의 결별이 일본 경제에 ‘트리플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리플 약세는 주가, 국채, 엔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카이치 총재가 취임 직후 재정지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일본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증시가 급락하고 엔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아사히신문의 관측이다.
심만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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