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고대 로마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의 최후다. 그는 뛰어난 장군이자 정치 지도자로 공화정 말기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기원전 58~50년)을 통해 로마 영토를 넓히며 명성을 쌓았다. 또한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와 함께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고, 이후 폼페이우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뒤 종신독재관에 올라 사실상 군주적 지위를 차지했다. 이는 공화정 전통을 지키려는 원로원 귀족 세력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그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졌다.
원로원 내 반대파들은 카이사르가 아끼던 양자 브루투스를 설득해 암살 계획에 가담시켰다. 기원전 44년 3월 15일, 브루투스 등 음모자들은 공화정 수호를 명분으로 카이사르에게 단검을 휘둘렀다. 이때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너마저도(Et tu, Brute?)”라는 비통한 마지막 절규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가장 신뢰하던 인물의 배신은 후대에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기억됐다.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말은 역사적 사실일까. 이 표현은 셰익스피어가 1599년 발표한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처음 등장한다. 셰익스피어는 브루투스를 알아본 카이사르의 절망을 토해내는 모습을 통해 배신과 몰락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연극적 효과는 탁월했고, 이후 이 대사는 전 세계적으로 ‘배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실제 카이사르는 마지막 순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단검에 찔려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 수 있었겠는가. 수에토니우스나 카시우스 디오 같은 고대 역사가들은 그가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채 죽었다고 적고 있다. 플루타르코스 역시 비명이나 신음만 언급했을 뿐, 특정한 유언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브루투스, 너마저도”는 문학적 상상력이 만든 허구일 뿐이다. 카이사르의 진짜 마지막 모습은 침묵 속에서 단검에 쓰러진 인간의 고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도서관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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