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부 조직 개편안 확정으로 내년 1월부터 현재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된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구상했던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금융정책) 업무를 기재부로 이관하는 방안은 백지화됐다. 결국, 기재부는 예산 업무가 별도 부처(예산처)로 빠져나가는 상태에서 국내 금융 업무는 가져오지 못하게 됐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손에 쥔 것이라고는 달랑 세제(稅制)밖에 없는데 무슨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당시 경제정책 총괄 기능은 크게 봐서 예산과 기획 기능의 경제기획원과 금융과 세제의 재무부로 대별됐다. 경제기획원은 거시 차원에서 경제를 이끄는 역할을 했고, 금융과 세제를 담당한 재무부는 미시적으로 국가 경제 목표 달성을 지원했다. 그 뒤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쳐서 재정경제원(재경원)이 됐고,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무소불위가 된 재경원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재경원은 경제정책(기획)과 금융, 세제를 담당하는 재경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처로 이원화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정이 처음 구상했던 개편안은 외환위기 직후 재경부-예산처 체제와 유사했다. 그런데 최종 조직 개편안에서 재경부에 국내 금융 부문을 이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나면서 경제정책과 세제만 남은 재경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처로 경제 총괄 기능이 분리된 것이다. 문제는 내년 1월부터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적은 권한을 가진 재경부가 제대로 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다. 만약 재경부가 정책 조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 ‘국토 균형 발전’ ‘부동산 시장 안정’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굵직굵직한 공약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제들은 금융, 세제, 예산 등 국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면서 정책 조율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기재부 노동조합이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정부 조직 개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기재부 노조가 경제부총리 사퇴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모범생 집단으로 통하는 기재부에서 설문 참여자의 과반이 부총리 사퇴 의견을 낸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기재부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 하면 대통령실이나 국무조정실이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에도 이런 얘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정무(政務)를 챙기느라 바쁜 대통령실이나 국무조정실이 경제 사령탑 역할까지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다. 최근 최대 현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산업통상부가 주도하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제안까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재부의 역할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기자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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