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일렉, 피해증명 어려워 포기

 

소송기업 80% “증거수집 곤란”

특허 침해 손해액 입증 힘들어

5년간 1심 처리 390건에 그쳐

 

LG엔솔·SK이노 배터리 분쟁

美로 넘어가서 소송 벌이기도

업계 “K디스커버리 입법 시급”

정부가 지난달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방안’ 대책을 발표하며 ‘한국형 증거 수집 제도’(K-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특허침해 기업의 피해 구제를 위해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인 LS일렉트릭이 중국 업체에 특허침해소송을 하고자 했으나 손해액 입증이 어려워 소송을 포기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주장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 제도 부재로 특허침해 기업들이 피해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재산처를 통해 제출받은 ‘이노비즈(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원사 대상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160건 중 41.3%(66사)가 특허침해소송에서 증거 부족으로 인해 소송 취하, 패소를 겪거나 낮은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소송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으로 ‘증거 수집의 곤란함’(8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러다 보니 국내 기업끼리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 미국 등에서 큰 비용을 감수해가며 소송을 벌이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소송은 침해 기업의 소속 국가에서 진행된다.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핵심기술 관련 소송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 수집의 어려움으로 소송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LS일렉트릭(당시 LS산전)은 지난 2019년 중국의 Y사가 자사의 태양광 와이어제품을 모방해 이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려고 했으나 Y사의 제품 입수가 어렵고 침해 제품의 판매 수량 및 매출액 등 손해액 입증이 어려워 결국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특허소송 대신 포기나 합의를 선택하면서 특허소송 건수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실정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내 1심 특허침해소송 처리 건수는 390건으로 전체 민사 건수 대비 0.0092%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특허 소송 비율이 전체의 1.21%에 달했다. 증거 수집의 어려움으로 국내 특허소송의 승소율 또한 매우 낮고 처리 기간도 긴 상황이다. 5년간 특허침해소송 평균 승소율은 14.8%로 일반민사 승소율(55.4%)에 비해 낮았다. 소송 평균 처리 일수 또한 609일로 일반민사 대비 1.6배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은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기술탈취 피해 방지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는 현행 증거수집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침해 입증을 위한 핵심 자료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증거 제출 거부시 적절한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증거개시 관련 규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디스커버리 제도= 특허침해소송 발생 시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상대측의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이 합당한 이유 없이 요청을 거절할 경우 법원의 처벌과 제재를 받는다. 특허침해소송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고 기술을 가진 측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미국·독일·일본·중국 등이 시행 중이다.

조율 기자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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