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유서 확보하고도 미공개

 

변호인 “연휴 때 혼 잃은 모습”

걱정말라 위로에도 불안 기색

9일 문자 나눴지만 끝내 숨져

직권남용의혹 수사관 고소 예정

양평 공무원 분향소에 시민 조문

양평 공무원 분향소에 시민 조문

13일 오전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 앞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뒤 10일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 씨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양평=박성훈 기자, 조언·윤정아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숨진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의 유서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4용지 20장에 가까운 분량으로 알려진 유서에는 해당 공무원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예상돼 내용을 조기에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그 내용에 따라 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13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숨진 공무원 A(57) 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난 3일 특검 수사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작성한 A4용지 1장 분량 글의 상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메모에는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해도 계속 다그친다” “김선교(당시 양평군수) 의원은 잘못도 없는데 계속 회유하고 지목하라 한다” “계속되는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어서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하였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A 씨가 특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의 억울함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특검의 강압수사 여부를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의 유서 비공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극단 선택한 양평군청 공무원은 특검 수사 후 극도의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 2일 15시간 상당의 조사를 마치고 이튿날 새벽 귀가한 후 억울한 심정을 담은 메모를 작성해 변호사를 만났다.

A 씨를 만난 박경호 변호사는 “양평에서 A 씨를 직접 만나서 (메모의) 내용을 확인하고 받았다”며 “이후 8일에 또 만났고, 9일 오후까지 서로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A 씨는 9일 저녁에서 10일 오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박 변호사가 양평을 찾아가 “특검 수사가 당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 등 위로의 말을 전했으나 A 씨는 면담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혼을 잃은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A 씨가 극도로 불안해하는 기색이 보여 연휴 기간인데도 찾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변호사는 A 씨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특검의 강압수사 및 직권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수사관을 고소할 계획이다. 박 변호사는 특검의 반복적 추궁, 회유, 압박, 유도신문, 심야조사 등 강압적 수사 과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김건희 특검의 강압수사가 초래한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민중기 특검법’ 발의를 예고하는 등 민 특검을 집중 타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권력의 폭주를 국민께 알리기 위해 민 특검을 반드시 국정감사장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조언 기자, 윤정아 기자
박성훈
조언
윤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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