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관세전쟁 수위조절
증시 요동에 일단 한발 물러서
확전·휴전연장·빅딜 ‘갈림길’
APEC 앞 양국 실무회담 촉각
FT “세계 경제, 기반의 균열”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미·중 간 무역 갈등 재연 조짐에 주식 급락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수위 조절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불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보복 관세를 두고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두 정상이 회담이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역 전쟁 확전과 휴전 연장, 정상회담에서의 빅딜이라는 카드를 놓고 신경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글에서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잠시 실수를 하셨을 뿐”이라며 “그는 중국이 불황에 빠지는 걸 원치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로 가는 에어포스원(전용기) 안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에 대해 “그는 매우 강인한 사람이고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나는 우리가 중국과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주 (금융)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라며 “관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가 누그러진 배경에 금융시장의 충격적인 반응이 깔려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리어 대표는 두 정상 간 회동에 대해서도 “아마 시 주석도 경주에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항상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도 같은 날 낸 사설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는 중국 정부의 정당한 조치”라며 “미국 측은 이를 핑계로 무역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용을 지켜야 중·미 무역 관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다음 달 1일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하는 등 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증시가 급락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경제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한발 물러섰다. 중국 역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수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CN ADR 지수)이 6% 이상 급락하며 지난 4월 무역 긴장이 고조된 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며 “두 최대 경제대국 간 지속적 경제 악화는 올해 세계 최고의 실적을 거둔 주식 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에 잘 버티고 있지만 ‘기반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정학적 혼란과 신뢰도 하락, 주식시장 조정 위험을 그 요소로 꼽았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연구원은 보도에서 “경제 환경이 온건해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경제적 악화 우려에 양국이 대화를 통해 무역 갈등의 출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APEC 정상회의 기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실무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무역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합의를 뒤로 미루는 대신 현재와 같이 휴전이라는 미봉책을 유지할 수도 있다. 실무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을 경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병기 특파원, 박세희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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