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체설계 칩으로 AI모델 훈련

美는 아르헨서 희토류 공급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센 대중(對中) 통상 압박에도 중국이 강하게 버티는 배경에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및 장비 통제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인 공급망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로 제재에 나서면 중국의 타격이 컸지만, 이제는 중국이 반도체 장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메모리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가면서 오히려 희토류와 같은 전략 소재를 무기로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견제하고 있는 형국으로 전세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은 올 초부터 미국 엔비디아의 칩 대신 화웨이·캠브리콘이 자체 설계한 칩으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만든 AI 가속기 ‘H20’ 수입도 사실상 금지했다. 자국 반도체 기업이 만든 칩으로도 AI 모델을 충분히 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34%였던 중국 AI 칩 자급률은 2027년 8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반도체 장비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나우라·AMEC·성메이상하이 등 주요 장비 기업들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뛰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매출은 113억6000만 달러(약 15조7847억 원)로 전 세계 매출(330억7000만 달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또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는 내년 7나노(㎚·10억 분의 1m) 공정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차지한 최첨단 3나노 이하 공정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범용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며 올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해 3위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와 D램이 주력인 중국 양쯔메모리(YMTC)와 창신메모리(CXMT)도 올해 증권시장 상장을 본격 추진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에서 희토류를 공급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도와주면서 원하는 것은 미국 기업이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의 우선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호준 기자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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