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실업이 낳은 비극

 

온라인에 게릴라형 구인 활개

“月 최대 3000만원 번다” 유혹

4년간 납치·감금 4건→220건

올 8월까지 330건 신고 ‘폭증’

 

캄보디아 지원예산 아세안 30%

“정부가 강한 근절의지 보여야”

지난 2022년 9월 대규모 범죄조직이 몰려 있는 캄보디아 해안도시 시아누크빌 그레이트월파크 단지의 모습. 요새처럼 설치된 철조망이, 이곳이 납치·고문 등 범죄 현장임을 보여준다. 작은 사진은 지난 8월 캄보디아 캄포트주에서 체포된 중국인 범죄자 3명이 머그샷을 찍는 모습. 이들은 한국인 대학생 고문 피살 사건 용의자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캄보디아 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22년 9월 대규모 범죄조직이 몰려 있는 캄보디아 해안도시 시아누크빌 그레이트월파크 단지의 모습. 요새처럼 설치된 철조망이, 이곳이 납치·고문 등 범죄 현장임을 보여준다. 작은 사진은 지난 8월 캄보디아 캄포트주에서 체포된 중국인 범죄자 3명이 머그샷을 찍는 모습. 이들은 한국인 대학생 고문 피살 사건 용의자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로이터 연합뉴스, 캄보디아 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캄보디아 현지에서 범죄 조직에 납치돼 폭행과 고문을 받고 사망한 대학생 A 씨가 고수익 돈벌이라는 꾐에 넘어가 캄보디아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청년실업 시대가 낳은 비극’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천문학적 금액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쏟아붓고 있음에도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청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13일 문화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에서는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캄보디아 취업을 권하는 구인글이 여전히 청년층을 노리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는 범죄 관련 일자리를 버젓이 제시하며 해외로 유인하는 유인글도 눈에 띈다.

모집책은 한 게시글에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로맨스(스캠) 채팅 업무를 하면 기본급 월 290만 원에 인센티브를 더해 1000만~2500만 원을, 텔레마케팅(TM) 업무를 하면 기본급 월 250만 원에 인센티브를 더해 30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안내 중이다. 또 다른 해외 고수익 알바 구인글에도 “한 달 최고 1000만 원을 보장한다. 인센티브 3000만~5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항공비와 숙식 모두 지원한다”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모집책은 게시글에서 “(한국에서) 단돈 200만~300만 원을 벌면서 미래 없이 사는 현실이 답답하죠. 한국인 20명이 이미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유혹했다.

한국은 캄보디아에 올해만 ODA 지원 예산을 4000억 원 넘게 투입하는 등 ODA 협력국 중에서도 1년 새 가장 높게 ODA 지원 증가 폭을 높였지만, 현지 경찰과 수사 공조 미흡으로 캄보디아 내 자국민 대상 범죄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ODA 관련 양자 유·무상 지원 예산은 5조4000억 원가량으로 그중 1조2000억 원이 아세안 국가에 투입되며, 캄보디아 ODA 예산은 4353억 원으로 아세안 국가 ODA 예산의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피해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330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신고 건수를 훌쩍 넘겼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재외국민 범죄 피해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년 5개월간 총 2만6226명이 살인·강도를 포함한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렸다. 살인 사건의 경우 필리핀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시대가 낳은 비극”이라며 “범죄 고리를 끊기 위한 국제 공조와 표적이 되고 있는 청년들의 경각심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취직이 잘 안 되는 청년층이 금전적 어려움을 겪다가 말도 안 되는 조건에 유혹당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캄보디아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강한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아시아 여러 국가와의 활발한 공조가 시급하다”면서도 “청년층 역시 허황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비상식적 제안에 대한 의심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웅 기자, 강한 기자, 이정우 기자
이현웅
강한
이정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