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법관 증언,법치국가서 전례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위축되고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대법원장을 증언대에 세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 질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삼권분립 체제를 가진 법치국가에서는 예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날 법사위에 출석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정감사의 시작과 종료 시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가 대법원장 국감 증인 출석 필요성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을 존중하는 헌법정신, 관례와 예우 차원에서 권한을 자제해 행사했다”고도 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고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며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증인석에 앉힌 채 질의를 강행했다. 사전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질의를 들었지만,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후 정회 뒤 이석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이 장면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지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왜 대선 한복판에,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묻는다”며 “(이 대통령 사건) 판결이 왜 사상 최단 시간에 이뤄졌나. 충분한 숙의 절차가 있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정아 기자, 정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