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갖고 싶게… 출판사마다 기발한 편집디자인

 

문학동네 ‘먼슬리 클래식’

감각적 표지로 고전 판매 1위

 

다산책방 ‘다소 시리즈’

투명 커버에 DIY 디자인 인기

 

난다출판사 ‘더 쏙’ 시리즈

일반 시집의 3분의 1 크기 깜찍

 

민음사 ‘미니 시집’

하루 만에 3000부 완판 기록

책을 읽는 행위가 ‘소유의 즐거움’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텍스트 힙’ 열풍이 만든 독서문화가 이제 ‘읽고 싶은 책’을 넘어 ‘갖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다. 키링을 달 수 있는 소설, 감각적인 표지의 고전, 손바닥만 한 시집까지 최근 출판사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고전문학을 새 감각으로 보여주는 건 문학동네다. 문학동네는 올해 초부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세계문학전집 중 선별한 작품들을 ‘먼슬리 클래식’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다만, 감각적인 표지와 한정판매라는 전략이 주효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1월)을 시작으로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까지 기존에 친숙했던 작품들이 출간될 때마다 고전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한정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문학동네 전집팀의 송지선 편집자는 “해외문학 독자들의 폭이 많이 좁아져 있는 상황에서 젊은 독자들에게 유효한 방식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독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일종의 감각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이들 사이에서 시리즈를 전부 모으려고 하는 시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다산책방은 최근 독자들이 커스텀할 수 있는 ‘다소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키링을 끼울 수 있는 투명 PVC커버에 조해진·송지현·박민정 작가의 경장편 소설과 집필일기를 담았는데 독자들이 직접 꾸밀 수 있는 DIY형 디자인이 특징이다. 비닐 겉표지와 키링을 끼울 수 있는 구멍 등 디자인적 요소가 눈에 띄지만 그 바탕에는 ‘무게감 있는 문학’이 있다. 시리즈를 담당한 곽수빈 다산책방 편집자는 “같은 라인업의 작가들이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최근의 출판환경에서 차별화를 주기 위해 출판사들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며 “디자인에 신경을 썼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시리즈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보여주는 무게감 있는 작품에 있다. 문학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다”라고 했다.

시집은 말 그대로 ‘소장’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난다 출판사는 최근 김혜순 시인의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를 출간하며 휴대용 ‘더 쏙’ 시리즈를 함께 선보였다. 일반 시집의 3분의 1 크기(75×115㎜)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미니북이다. 민음사도 비슷한 크기의 미니 시집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를 한정판으로 냈다가 하루 만에 3000부를 완판해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강보원, 박은지, 황인찬 등 시인 10명의 사랑시 3편씩 총 30편을 골라 엮은 작은 책이 ‘소유욕’을 자극했다.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 부장은 “시집은 텍스트양이 적고 감정의 밀도가 높아 미니북으로 구현하기 좋은 장르”라며 “단순히 시집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모인 시를 손에 쥐는 감각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재우 기자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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