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월드 네이키드 바이크 라이드’ 이벤트에 참가한 시민들이 시위가 시작되기 전 대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월드 네이키드 바이크 라이드’ 이벤트에 참가한 시민들이 시위가 시작되기 전 대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격화하자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해 논란인 가운데, 포틀랜드에서 이에 항의하는 ‘나체 자전거 시위’가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신체 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드러낸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며 도시 거리 곳곳을 행진했다. 나체 자전거 타기 행사는 매년 이맘때 포틀랜드에서 열리지만, 올해 행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비상판’ 행사로 급히 조직됐다.

시위 당일은 쌀쌀한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이 12도 안팎에 머물렀지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일부는 헬멧만 착용한 채 완전히 나체로 자전거를 탔고, 다른 이들은 개구리·유니콘·바나나 등 우스꽝스런 탈을 쓰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는 시도에 반대하기 위해 이번 ‘비상 시위’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대는 도심을 가로질러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 앞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면 체포될 수 있다”며 시위대를 인도로 옮기려 했지만,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손을 흔들며 평화롭게 항의했다.

최근 포틀랜드에서는 ICE 청사 앞에서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방 경찰이 최루탄 등을 사용해 해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폭력보다 연대와 유머가 더 강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연방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 투입 계획을 일시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한편 포틀랜드의 ‘나체 자전거 시위’는 2004년부터 매년 포틀랜드에서 열리고 있다. 처음에는 환경오염과 차량 중심 도시화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는 시민 참여 행사로 발전했다.

장병철 기자
장병철

장병철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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