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화문 주변에서 한복 입은 사람은 거의 외국인이다. 어딘가 어색한 듯하지만, 한복의 맵시는 인종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올해 선발된 최초의 외국인 미스 춘향이 유럽 길거리에서 선보인 한복의 자태는 정말이지 눈부시다. 정작 단 한 번도 한복을 입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만감이 교차할 뿐.
이러한 난센스 같은 현실을 한만영 작가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세기 내내 이지적이면서도 낭만성이 풍부한 초현실주의 양식의 길을 걸어온 작가다. 어쩌면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일지도 모른다. 이질적인 시공(時空)의 코드 조합이 생경한 모순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현실인 것이다.
‘혜원전신첩’ 내 ‘단오풍정’ 속 그네 여인상이 왜 음각 선묘일까. 이제 그 자리에 다른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 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하기는 AI를 통하면 능히 하고도 남지만, 오늘의 현실을 보면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선’ 조합이 유쾌한 예언처럼 다가온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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