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과 친여 무소속 의원이 보인 행태는 원님재판·인민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궤를 벗어났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합리적 수준의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으로 몰아붙이고, 떼로 달려들어 손가락질하고 처단을 외치는 방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 한덕수 전 총리 등과의 사전 모의 여부와 졸속 심리 여부 등 2가지이다.

이와 관련, 조 대법원장은 13일 밤 국감 종료 직전에 마무리 발언 형식으로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해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5월 1일 대법원 선고에 앞서 “3월 28일 사건 접수 직후 전원합의체 심리를 시작했다”며 9일 만의 졸속 심리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두 쟁점에 대한 입장을 거듭 설명한 셈이다. 여당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을 계속 공격하려면 이를 재반박할 근거를 내놔야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의 말을 들었다’는 전문(傳聞)의 전문의 전문 형식을 빌려 반복한다. 이쯤 되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그것을 빙자한 인신공격과 사퇴 겁박이다.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만 없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내용이다.

실제로 이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친여 유튜버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제보’라고 해명했음에도 대법원장을 이석(離席)하지 못하게 해놓고, 1시간30분 동안 황당한 음모론에 근거해 파기환송 선고가 잘못이고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천박한 저질 질의도 있었다. 친민주당 성향의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합성사진을 흔들며 “윤석열이 조희대를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아도 최악인 정치 수준을 더 끌어내렸다.

기본적으로 대법원장에 대한 이런 공격은, 국정감사는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국정감사법 제8조,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명시한 법원조직법 제65조의 규정과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21세기 인민재판의 현장”이라고 했는데,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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