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의심 신고 잇따르는데

피싱범죄 특수성 간과해 논란

전북경찰청 실종 신고 피해자

서울청선 ‘유인책’으로 내사중

 

외교부, 작년 현지에 경찰 파견 요청

행안부에서 “업무량 적다” 거절 당해

전주=박팔령·예천=박천학·부산=이승륜·창원=박영수 기자, 강한 기자

전북경찰청이 캄보디아에서 20대 여성이 실종됐다고 신고됐던 사건에 대해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한 것을 놓고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많은 피싱범죄 특수성을 간과하고 섣불리 종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여성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범죄단체 조직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에 착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캄보디아에서 실종자로 신고됐던 20대 여성 A 씨가 실제로는 현지 범죄조직에서 ‘유인책’으로 활동한 조직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내사 중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 범죄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 “캄보디아에 간 누나가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는 A 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지난해 10월 필리핀, 태국을 거쳐 캄보디아로 이동한 A 씨는 인스타그램에 여행 사진 등을 올리다가 지난 3월 SNS를 통해 ‘손가락이 잘렸다’며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고, 금전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사건을 맡은 전북경찰청은 캄보디아 대사관의 경찰 주재관을 통해 A 씨에게 2차례에 걸쳐 총 120만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A 씨의 안부를 확인했다. 전북경찰청은 납치·감금 정황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A 씨가 손가락 절단 사진을 이용해 가족에게 금전을 요구한 방식, 가족의 요청에도 여전히 귀국하지 않고 있는 점, 해외 여행자 보호 절차에 따라 대사관을 통해 금전을 전달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던 점 등 일반적인 20대 피해 여성으로서 취하기 어려운 행동이 곳곳에서 포착됐는데도 경찰이 단순 실종사건처럼 처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고문당해 숨진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의 통장에 있던 조직 범죄수익금 수천만 원이 인출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자금 인출에 연루된 관계자가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경찰청에는 “가족·지인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받고 캄보디아로 갔다가 연락이 두절되거나 납치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35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20대 남성 B 씨가 올해 1월부터 연락이 두절됐다는 가족의 신고 등 3건을 접수해 행방을 찾고 있다. 부산경찰청에는 캄보디아에서 가족이나 지인이 납치·감금돼 있다는 신고가 2건 접수돼 확인 중이다. 강원에도 캄보디아로 여행이나 돈을 벌러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2건 접수돼 있다. 경남의 경우 캄보디아로 출국 후 실종된 신고가 4건이나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캄보디아에 경찰 주재관을 늘려달라는 외교부 요청이 있었으나 행정안전부에서 승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행안부는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며 거절했다. 현지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만 303건에 달한다.

박팔령 기자, 박천학 기자, 이승륜 기자, 박영수 기자,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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