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공무원 영결식 엄수
“함께 일하면서 참 따뜻한 분이었는데 이렇게 가시다니….”
14일 오전 경기 양평군 양평군청 앞 광장.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특검 조사를 받고 사망한 양평군청 공무원 A 씨 영결식에서 동료 임모(66) 씨는 이같이 말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본 임 씨는, 이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청소노동자도 회식 자리에 꼭 불러주고 지역 축제를 가도 ‘여사님들 드리려고 사왔다’며 하나라도 챙겨줬던 분”이라며 “손수 화단 풀을 뽑고 솔선수범하셨는데 정말 그리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A 씨 영결식이 열린 양평군청 앞 광장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군청 공무원과 군민 약 500명으로 가득 찼다. 먼저 고인의 약력이 소개됐고, 전진선 양평군수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전 군수는 “조용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큰 신뢰를 주던 동료가 극심한 압박과 모욕 속에 세상을 떠났다”며 “진실을 밝힌다는 명분 아래 행해졌던 특검의 행위가 동료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면 우리는 그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신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의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는 울음소리와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영구차가 양평군청 주차장을 떠날 때 추모객들은 양쪽으로 도열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구차 뒤에는 A 씨 유족이 눈시울을 붉힌 채 뒤따라 갔다. 운구 행렬은 고인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단월면사무소까지 이어졌다.
한편, 영결식장에서는 A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특검의 조사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랜 지인이라고 밝힌 B 씨는 “지역 축제로 출장 중인데도 조사 때문에 계속 특검에서 전화가 오고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고 들었다”며 “돌아가시기 전에 1968년생 공무원 친구들이랑 밥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 군수와 양평군청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 4시 특검 조사 후 숨진 A 씨를 둘러싼 강압적 수사 방식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특검의 강압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군청 소속 C 과장은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만으로 공무원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된다”며 “이미 과거 수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이를 특검이 피의자로 특정해 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일이 있었다면 수사의 공정성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지운 기자, 박성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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