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년 전 철근 누락 등의 이유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겪은 이후에도, 주먹구구로 철근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약방문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가 발주한 인천검단과 평택소사벌 등 무량판 구조 적용 전체 지구의 철근 설계량과 반입량을 재조사한 결과를 보면 23개 지역 중 10곳이 처음 조사했던 결과와 달랐다.

일례로 평택소사벌 A-7BL 지구의 경우 애초 설계량을 1809t으로 책정했지만, LH 조사 과정에서 실제 발주량은 2162t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LH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재조사한 결과, 반입량은 2035t으로 축소됐다. 뒤늦게 첫 조사 때보다 반입량이 127t이나 줄었다고 정정한 것이다.

재조사 과정에서 반입량이 증가한 지구도 있었다. 애초 LH는 아산탕정 2-A14B의 경우 철근 4995t을 반입했다고 파악·보고했지만, 재조사 과정에서 이보다 117t 증가한 5112t이 실제 반입됐다고 수정했다.

이 같은 철근 반입량 파악 정정은, 주먹구구로 관리·감독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철근 납품 확인서를 추가로 확보해 확인한 결과, 인수처나 인수자·인수일 등 확인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부분이 누락돼 있었다. 김 의원실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나서야, LH도 이를 인지했다고 한다.

설계변경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LH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양산사송 A8BL의 경우 설계량을 5912t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7589t으로 정정했다. 잦은 설계변경을 하면서, 관리에는 손을 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19년부터 2025년 6월까지 LH가 준공 이후 설계변경을 한 건수는 8000여 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공 이후 잦은 설계변경만큼 지각 정산도 잦았다. 의왕포일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와 평택소사벌 A-6BL 아파트의 경우 준공 이후 2년이 지나서 정산이 이뤄졌다. 지나치게 조기에 정산된 경우도 있었다. 화성태안 A-2BL 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의 경우 준공 2년 전에 정산을 매듭지었다.

김 의원은 “자재 한 가지만 검증해도 허점이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시각에도 철근이 사라지고 있는 납품비리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H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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