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곽시열 기자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말로 젊은이들을 속여 캄보디아로 넘기는 수법이 법원 판결을 통해 낱낱이 확인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반병동 고법판사)는 지난달 말 국외 이송유인과 피유인자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공범인 20대 B 씨에게는 1심(징역 2년 6개월)보다 다소 낮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들이 캄보디아로 유인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10대 피해자 C(19) 군은 SNS를 통해 A 씨 일당을 알게 됐다. A 씨 일당은 C 군이 부모와 떨어져 살고,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처음에는 조금씩 용돈을 보내주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자연스럽게 “캄보디아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도록 취직시켜주겠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으면 휴대전화 미납요금과 대출 빚, 월세를 모두 처리해 주겠다”고 꾀어 만나게 됐다.
막상 A 씨 일당과 마주한C 군은 캄보디아로 가는 것이 걱정돼 망설였다. 그러자 A 씨 일당은 “내가 장기 매매도 한다”며 겁을 줬다.
휴대전화와 신분증까지 빼앗긴 C 군은 결국 캄보디아까지 갔으나, 현지에 있던 한국인 브로커가 향후 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C 군을 현지 조직에 넘기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20대 초반 D 씨는 지난해 1월 SNS에서 ‘캄보디아에서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홍보 글을 봤다.
호기심이 든 D 씨가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했더니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일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직접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
이 말을 믿은 D 씨는 약속 장소인 인천의 한 역 앞으로 밤 12시쯤 나갔고, A 씨 등 일당 2명을 만나 근처 호텔로 이동했다.
그러나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가자 A 씨 일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D 씨의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신분증 등을 빼앗은 후 목을 조르거나 허벅지, 팔 등을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삼단봉으로 D 씨를 폭행하고, 차렷 자세로 서게 한 뒤 주먹, 손바닥, 발 등으로 복부와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이어 18시간가량 D 씨가 도망가지 못하게 감금하고, 저녁이 되자 “캄보디아로 출국시키겠다”며 D 씨를 차량에 태워 보이스피싱 인력 브로커(알선책)가 있는 울산으로 이동했다.
겁에 질린 D 씨는 차 안에서 “캄보디아로 가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다시 협박과 폭행이었다.
A 씨 일당은 울산에서 브로커를 만나 D 씨를 넘기고 D 씨가 캄보디아에서 일하며 받게 될 월급 250만∼500만 원 가량을 자신들이 대신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이 제보를 통해 경찰에 알려지면서 A 씨 일당은 검거됐고, D 씨는 출국 직전 풀려날 수 있었다.
재판부는 “A 씨 일당이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나 신용이 낮아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없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접근해 캄보디아 불법 도박 운영조직이나 속칭 ‘리딩’ 투자 사기 조직 등에 넘기고 소개비 등을 받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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