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이미 별거해 독립 생활
배우자가 들여보내주지 않자 속여 들어가
법률적으로 부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이른 바 ‘졸혼’을 한 상태에서라면, 다른 배우자의 집에 허락없이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67·여)씨에 대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공범인 A씨 친인척 2명에 대한 벌금 70만 원 선고도 함께 유예했다.
김 부장판사는 “A 씨가 오래 전 몇 차례 배우자가 사는 주택에 방문한 적은 있어도, 주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나 오가며 배우자와 공동 거주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배우자가 내연 상대와 동거 중임을 이미 알았고 A 씨가 배우자의 주택 매수 사실조차 몰랐던 점 등을 종합하면 공동주거권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주택에 들어간 시각과 방법, 배우자와의 실랑이 과정 등을 보면 공동주거권자로서의 주거 출입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주거침입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외도를 저지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 씨 부부는 1999년부터 각자의 직장 사정이나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각자 떨어져 살며 주말이나 월말만 만나며 부부 생활을 이어가다 2018년 2월 졸혼 계약서를 썼다.
졸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A 씨는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내연 관계라는 걸 의심해 따져 묻기 위해 배우자의 집을 찾았다. A 씨 등은 배우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접촉사고가 났다’고 거짓으로 전화를 걸어 배우자 스스로 현관문을 열게 한 뒤 집에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김무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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