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올래 - 이정민 강골마을 운영위원장
보성=조율 기자
“우리 강골마을은 많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오시면 주민들의 넉넉한 정과 옛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정민(사진) 강골마을 운영위원장은 마을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라져 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20년 전 농촌살리기 사업을 시작한 ‘강골마을 지킴이’다. “마을 거주자들이 하나둘씩 집을 비우고 도회지로 나가면서 빈집들이 폐가가 되었죠. 농촌 소멸을 피부로 느끼게 됐어요. 어떻게 마을에 다시 활력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마을의 빈집들을 한옥체험업소로 바꾸는 등 관광프로그램 개발에 나섰지만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마을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마을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농촌에서의 ‘불편한 하루’를 키워드로 잡고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소촌고택 또한 이 위원장이 집을 넘겨받은 후 한옥의 멋을 살리기 위한 간단한 공사는 진행했지만 이 위원장의 철학으로 내부는 크게 손대지 않았다.
이러한 이 위원장의 선택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농촌 살리기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관광객을 받아 금전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시 됐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저의 아이디어가 불편하고 불친절하다고, 단체 관광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돈이 안 된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만 예쁘게 나오는 마을은 살아있는 마을이 아니라는 제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이 위원장의 철학 덕분에 강골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손님들을 받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19 이후 가족 중심의 소규모 관광이 흥행하면서 점차 많은 사람이 강골마을의 매력을 알아봐 주고 있다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보성에서의 하루, 강골마을에서의 하루가 단순히 지방 여행을 와 관광지를 둘러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 자체를 오롯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삶의 냄새가 나는, 옛 어른들의 삶의 방식과 지혜를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불편함’으로 당신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조율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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