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전북사회복지관 가족돌봄아동 지원 ‘함께 자라는 희망나무’ 진로캠프

 

부모님·동생 돌보던 아이들에

자신만을 돌볼수있는 기회제공

 

주먹밥·쿠키 등 요리시간 인기

AI윤리 전문가·VR 건축가 등

다양한 미래 직업 체험 기회도

“막연했던 내꿈, 이제 명확해져”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의 가족돌봄아동지원사업 ‘함께 자라는 희망나무’ 진로캠프에 참여한 아동들이 지난 8월 4일 유튜브 방송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의 가족돌봄아동지원사업 ‘함께 자라는 희망나무’ 진로캠프에 참여한 아동들이 지난 8월 4일 유튜브 방송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하나, 둘, 셋!”

사진을 찍는 내내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은 하얀 가운을 입은 레고 블록을 들어 보이며 “난 치과의사야!”라고 외치기도 하고, SNS에서 인기를 끈 ‘쫀득쿠키’를 직접 만들며 요리사의 꿈을 키워보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오늘은 ‘먹방’을 해보겠습니다”라며 유튜버도 돼봤다. 지난 8월 4일 진행된 초록우산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의 가족돌봄아동 지원사업 ‘함께 자라는 희망나무’ 진로캠프 현장이다.

가족돌봄아동은 보호자의 질병, 장애 등으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아직은 보호를 충분히 받아야 할 나이지만, 부모 대신 동생을 돌보느라, 집안일을 하느라 어느새 일찍 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함께 자라는 희망나무’ 사업은 이런 아이들이 단 하루만큼은 돌봄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신만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도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가족 이전에 ‘나’는 누구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캠프도 철저히 아이들 취향에 맞춰 진행했다. 평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지관이 아닌, 사진이 예쁘게 찍히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대여했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언덕 위 복지관까지 올라오느라 땀범벅이 되던 아이들을 고려한 복지관 측의 배려였다. 여기에 맛있는 간식과 시원한 음료는 덤. 이날 캠프에서는 초·중등 가족돌봄아동 21명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가장 인기 있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바로 요리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요리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족돌봄아동들의 특성상 필수적인 자립기술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 파스타부터 쫀득쿠키까지 요리 선생님의 지도 아래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이 재료 없으면 다른 걸로 바꿔서 해도 되나요?” “엄마랑 해봐야지!” 등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한 가족돌봄아동은 중증 우울증으로 처음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조차 힘들어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며 점차 밝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레고를 통해 미래 자신의 모습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15년 뒤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해보고, 인공지능(AI) 윤리 전문가·도시 농업 코디네이터·가상현실(VR) 건축가 등 다양한 미래 직업들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요즘 가장 많은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하나라는 ‘유튜버’ 체험도 진행됐다. 아이들은 조별로 서로 기획자·출연자·촬영 감독 등 역할을 나눠 ‘먹방’ 콘텐츠를 촬영했다. 복지관 측은 진로 탐색과 꿈 체험 모두 이와 같은 직접 체험형으로 구성했다. 딱딱한 주입식 교육 대신 아이들로 하여금 직접 레고로 꿈을 구현해보고, 실행하게 하며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보통 하루를 꼬박 가족과만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 역시 의미 있는 성과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 A는 “가족들과는 이런 걸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함께 웃을 수 있어 좋았다”며 “이런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적었다. 다른 아동은 “생각보다 더 많은 성향의 사람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진로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또 다른 아동은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들이 명확해졌다”고 힘줘 말했다.

복지관 측은 “조부모와 거주하거나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로 인해 문화활동의 기회가 많지 않은 아동들도 있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또래들과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또래와 비슷한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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