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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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불평하듯이 자랑하는 사람을 자꾸 혼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오래 알고 지내온 언니인데, 그간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푸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자꾸 자랑을 자랑처럼 있는 그대로 하지 않고 불평하듯 말합니다. “남편이 실용적이지 않은 꽃 선물을 자꾸 해서 돈이 아깝다. 차라리 다른 것을 주지” 또는 “우리 딸이 수학경시반에 합격해서 운동 저녁반도 포기하고 매일 학원에 데려다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도저히 위로할 수 없다 보니 저도 지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 “있는 그대로 자랑해주셔도 좋아요”라고 솔직히 표현하세요

▶▶ 솔루션

험블브래그에 휘말리지 말고 감정 소모를 줄입시다. 위로하기도 축하해주기도 애매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놓이면 누구라도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행동을 ‘험블브래그(Humblebrag)’ 라고 부르는데, 이는 겸손(Humble)과 자랑(Brag)의 합성어입니다. 겸손이나 불평의 형식을 빌려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편의 꽃 선물도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운동 못 하는 불평도 결국 딸이 똑똑하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불평의 내용은 사실 자랑하고 싶은 핵심을 감싸는 포장지일 뿐입니다. 자랑으로 인해 시기나 질투를 받을까 봐 두려우면서도, 자신의 성취나 행복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크기 때문에 이런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으려고 합니다.

물론 험블브래그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 중에 본인은 그것이 자랑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좋은 소식을 나눌 때 겸손을 표현하는 습관이 깃들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험블브래그는 솔직하게 자랑하는 것보다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 비호감과 불신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진정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은 가볍게 받아넘겨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랑하려는 숨은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표면적인 불평에만 최소한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힘드시겠네요”와 같이 짧게 공감만 하고 넘어갑니다.

이제까지 좋은 관계여서 언니가 이런 부분을 고쳐 앞으로도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면, 불평 말고 자랑거리에만 반응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편이 로맨틱하다거나, 따님이 수학을 잘해서 좋겠다고 칭찬하는 등 불평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자랑 부분에만 반응하는 것이지요. 이러면 불평을 이어가기 어색해지고, 다행히 원래 장점이 있는 분이니 그런 어색함을 통해 자기 문제를 깨달을 수도 있겠지요.

두 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불평 또는 자랑 한 가지에만 반응하는 것입니다. 두 쪽 다 반응하려면 내 감정소모가 크고 피곤해집니다. 얼마나 내 감정과 정성을 할애할 것인지는 상대방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좋은 일을 불평으로 말씀하시니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혼란스러워요” 또는 “저희 사이에 있는 그대로 자랑해주셔도 좋아요”라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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