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네이버, 두나무 인수

 

네이버, 결제 넘어선 플랫폼확대

두나무, 수수료 편중 수익원 확장

 

결제·송금·주식·부동산·코인

다 되는 슈퍼 금융앱 가능성

원화 스테이블코인 선점 기회

 

교환비율 등 주주동의 선결과제

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 변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구글이 코인베이스를 인수하는 것과 같은 거래.’

지난달 하순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기관 ‘타이거리서치’가 내놓은 반응이다. 최대 온라인 플랫폼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이 그만큼 충격적이라는 뜻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토종 인터넷 기업 중 처음으로 연매출 10조 원을 넘어섰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 역시 국내 가상자산 시장점유율 60%를 넘을 만큼 일방 독주하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다. 지난 7월 거래대금 기준으로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 중 4위를 기록할 만큼 세계적인 규모다. 두 회사가 만들어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네이버는 코스피 시장에서, 두나무는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나란히 급등했다.

네이버의 두나무 인수는 온라인 결제시장을 넘어 디지털 금융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빅딜이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다. 두나무 입장에서도 수익모델이 거래 수수료에 편중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규제 불확실성을 회피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노림수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법 적용 범위 등 법적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디지털 금융시장 재편 초석 되나=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합병이 성사될 경우 먼저 기대되는 것은 주식에서 가상자산까지 망라하는 ‘초대형 금융 플랫폼’의 탄생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자회사였던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인수하기도 한 만큼, 결제·송금은 물론 주식·비상장주식·부동산·가상화폐 투자까지 가능해지는 슈퍼 앱이 만들어질 수 있다. 토큰증권(STO) 거래가 법적 제도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비상장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시스템이 구현될 수도 있다.

두 회사의 결합은 금융권 최대 관심사의 하나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네이버의 결제망·커머스·콘텐츠 등 방대한 인프라가 두나무의 가상자산 플랫폼과 결합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체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수익의 대부분을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두나무로서는 코인베이스-서클 모델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코인베이스는 서클과 계약을 맺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의 준비금 이자를 수익으로 거두고 있다. 자체 플랫폼에 보관된 이자의 100%를 가져가고, 외부 플랫폼에 보관된 USDC 이자는 50%씩 나누는 형태다. JP모건은 코인베이스의 수익성을 분석하며 “서클과 관련된 경제적 가치는 550억~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두나무가 지난달 초 자체 개발해 선보인 블록체인 ‘기와(GIWA)체인’과 가상자산 지갑 ‘기와월렛’ 역시 단순 블록체인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페이·네이버 앱과 연동 가능한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물 결제와 연계가 가능한 기와체인을 전 국민을 이용자로 둔 네이버 플랫폼과 연동할 경우 사용 범위가 한층 넓어진다. 장기적으론 은행·증권사 등 기존 금융기관 대신 블록체인 기반 위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웹3 금융사’의 출현을 내다볼 수 있다.

◇합병 시 지분구조는 어떻게=현재 논의되는 합병 방식은 네이버페이가 두나무 지분 100%를 인수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과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다. 두나무의 자산은 약 15조3000억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3조9000억 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각각 15조 원과 5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교환 비율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네이버페이 3에 두나무 1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된다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네이버를 제치고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공산이 크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 자회사가 되더라도 송 회장은 통합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추후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렇게 될 경우 송 회장의 통합 법인 지분은 5~6%에 달해, 지분이 3.7%대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을 넘어 개인 최대 주주가 될 수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인수지만, 실질적으론 송 회장의 영향력이 네이버파이낸셜을 넘어 네이버 전반으로 확대되는 그림이다.

◇실제 성사까지 넘어야 할 산은=다만 양사 합병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는 게 선결과제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기 위해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주주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기업 가치 산정과 주식 교환 비율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불거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판단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가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거래소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두나무 역시 금가분리 원칙으로 인해 단독으로 금융업에 진출할 수 없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네이버→송치형→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업비트 순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두나무는 직접 금융사를 인수하지 않고도 금융권·결제망 접근이 가능해지지만,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합병을 금가분리로 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합병의 핵심 시너지 효과로 꼽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싸고도 아직 법적 테두리가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발행 주체와 자격 요건을 놓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만약 한국은행 입장대로 은행권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네이버와 두나무의 통합 법인도 직접 발행이 어려워지고 협력사로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조재연 기자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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