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가 국제 범죄의 소굴로 드러나면서 각국의 대응이 빨라졌다.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늑장 대응에 나선 것은 뼈아픈 일이지만, 이제라도 전방위로 대처함으로써 국민 생명과 투자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급선무는, 지난 8월 대학생 박모(22) 씨가 캄보디아에서 납치돼 고문 끝에 살해된 것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국가정보원은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 이른바 웬치 내에 있는 한국인 규모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두절돼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은 80여 명에 이른다. 피의자 신분으로 현지 구치소에 구금된 한국인도 6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지에 남겠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했든, 캄보디아에서 범죄를 저질렀든, 한국 법정에서 심판받도록 해야 한다. 박 씨 사건에 대한 수사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행방불명된 한국인들의 신원 파악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경찰관인 ‘코리안 데스크’도 신속히 설치해야 한다.
국민 피해가 오래 전부터 상당히 알려졌는데도, 조현 외교부 장관은 “(심각성을) 지난주 정도에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15일 뒤늦게 캄보디아 대사대리를 급파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한국은 캄보디아와 2022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상당한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도 제공해왔다. 캄보디아 정부와 형사 공조를 강화하고, 현지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내 조직도 일망타진해야 한다.
캄보디아에는 중국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일본·필리핀 등의 범죄조직이 몰려들고 있다. 이런 조직들이 한국인 등을 감금해 보이스피싱 등 각종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14일 캄보디아의 프린스그룹과 후이원그룹 등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이 해킹한 가상화폐 자금도 세탁해줬다고 한다. 캄보디아 범죄 척결을 위한 국제 공조도 한국이 주도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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