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수첩
외교·안보 부처 간 엇박자가 점입가경이다. 사소한 의견 차이를 넘어 대북 정책의 기초와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의제에서 번번이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국내외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기회의 장이 돼야 했던 이번 국정감사는 오히려 내부 갈등만 고스란히 노출된 ‘혼선의 장’이 됐다.
15일 대통령실 및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주창한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정 장관은 전날(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으로,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국가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하는 개념이다. 평화적이냐 적대적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실과 외교부 입장은 다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감에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어 보고 싶은 충정에서 나오는 얘기라고 이해한다”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입장이다. ‘정 장관 개인 의견’이라는 이야기다.
‘동맹 현대화’에 있어선 국방부와 외교부가 온도 차를 드러냈다. 조 장관은 “동맹 현대화 추진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임무는 한반도와 북한 위협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맹 현대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거점으로 중국의 위협 등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주한미군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이 포함된 개념이다. 외교안보 분야 핵심 의제를 둘러싼 부처 간 의견 충돌은 정부 내 동맹파와 자주파 간 주도권 다툼이 그대로 노정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두 국가론’을 적극 주창하는 정 장관은 자주파, 이를 ‘사견’이라 일축하는 위 실장과 조 장관은 동맹파다.
외교안보 정책은 일관성이 생명이다. 일관성이 무너지면, 대외 메시지는 공허해지고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 장관의 독자 행동을 내버려두는 건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했다. 혼선을 매듭짓고,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타를 명확히 제시할 사람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 뿐이다.
이정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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