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위헌·위법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사위는 지난 13일 대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대법원에 대해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앞서 법사위는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에 대한 법사위의 출석 요구는 행정부를 감사하면서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는 대법원장의 출석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자, 15일에는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을 강행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대법원 재판의 정당성을 검증할 권한이 없다.
이러한 여당의 국정감사는 해당 재판에 대해 대법원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친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은 대법원장에 대해 오만한 권력의 모습이라면서 탄핵 소추안을 준비했다고 한다. 여당이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압박하는 것은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을 대선 개입이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것으로, 다시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고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일이다.
여당은 이날 오전 대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과 관련된 전산 로그 기록, 내부 보고서, 판결문 작성 기록 등 일체를 보겠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판기록을 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대법원의 재판이 졸속이었는지 확인할 권한이 없다.
헌법은 국회에 국정감사권을 줬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에 관해 법률이 정하는 피감기관에 대해 정기적으로 공개리에 행하는 일반적인 국정조사를 말한다. 국정감사는 다른 자유민주국가에서 볼 수 없는, 대한민국헌법에만 있는 특유한 제도이다. 국정감사는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 여부를 조사해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국정 전반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다. 헌법이 국회에 국정감사권을 준 것은, 다른 국가권력인 행정권과 사법권에 대해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견제와 균형을 위함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에도 한계가 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해 관여의 목적으로 실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법권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인권 보장과 질서 유지 및 헌법 수호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치국가의 초석으로, 그 핵심은 재판의 독립성 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판에 어떠한 외압도 있어서는 안 된다. 여당이 이번에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고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심판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과 계속 중인 재판의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감사조사법을 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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