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화성-20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의 등장은 북핵 개발이 최종 단계 직전에 도달했다는 위험 신호다. 시험발사 최종 관문을 남겨 놓고 있지만 미·중·러 ICBM을 빼닮은 고체연료 다탄두로, ‘북한 ICBM 완결판’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세계 최강 핵보유국 길을 따라가고, 중거리에 이어 단거리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까지 이어가며 한·미 미사일방어(MD)망을 무력화하겠다는 노골적 의도다. 핵을 만능의 보검으로 여기는 북한 핵 질주의 최종 목표는 어디일까?
북핵 전문가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과 같이 보복 역량과 선제공격 역량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역 핵국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북한 핵전략은, 미국에 대한 확증보복 역량과 한미연합군에 대한 비대칭 확전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군사 전략적 특성을 갖는다. 다른 지역 핵국에 비해 훨씬 야심 찬 핵전력 구축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열병식에 선보인 화성-20형, 핵잠에 탑재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종 개발 의도는, 미국이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경우 보복 공격하는 제2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 개발 의도에 대한 역대 정권의 오판이 북핵 대응 실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은 방어용”이라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은 진심”이라며 대북제재 해제를 협상 카드로 내밀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한미 재래식·핵 통합(CNI)에 의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핵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한국을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제2의 애치슨라인’ 설정이 미국 내에서 고개를 쳐들면서 핵우산 신뢰성이 크게 약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북·중·러는 전례 없이 밀착하는데, 중국 견제를 둘러싼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애치슨라인에 버금가는 ‘트럼프 라인’이 현실화돼 주한미군 감축·철수로 국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미국의 동맹국과 우호국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지 말고 확실히 미국 편에 서라는 공개적인 압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안미경중(安美經中)’ ‘미·중 균형전략’ 같은 방식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회의인 쿼드(QUAD)에 가입하지 않는 한, 통화 스와프 체결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때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을 당연시해온 적도 있지만 미국은 불평등 심화로 인한 내부 갈등에도 불구, 여전히 글로벌 경제 패권과 군사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자주파 올드보이들’이 동맹파와 대립각을 세우는 건 극히 우려스러운 행보다.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배타적인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국방의 두 바퀴로, 함께 가야 안보가 더욱 탄탄해지고 북핵 극복의 길이 열린다. 국방비 증액과 쿼드 가입으로 북한 핵잠에 맞설 한국형 핵잠을 확보하고,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동맹 보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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