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10개월을 넘기면서 사법·정치·여론 등의 측면에서 냉철해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탄핵 결정이 말해주듯 이견이 거의 없지만, 내란세력을 무한 확장하려는 정치적 움직임에 대해서는 제동을 거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본재판에서 가려질 내란죄 성립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내란특검이 신청한 박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하면서 “소명이 부족하고 위법성 여부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나 박 전 장관이 내란을 주도·동조 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 했지만, 법원은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과는 달리 대통령 결단으로 이뤄진 계엄의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했으며, 이에 대해 내란 또는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셈이다. 비상계엄을 주도하고 실행한 세력과, 계엄 절차에 따른 조치를 했던 국무위원의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야당 해산까지 거론하는 내란세력 확장 시도가 사법적으로 무리라는 의미도 된다.
여당이 위헌 논란으로 일단 접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다시 꺼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당초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동조 혐의로 엮으려고 했던 특검이 소환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그것을 입증할 혐의와 법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센 특검법에 따라 수사 기간을 11월 15일에서 12월 중순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은 이상 ‘내란 확장’은 어렵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外患) 혐의 적용도 간단치 않다.
지난 6월 검사 114명이 투입돼 수사를 시작한 3개 특검이 이런 한계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건희특검은 3개 특검 중 가장 많은 14명을 구속했지만 절반은 김 씨와 관련이 없고, 양평군 공무원이 소환 조사 후 극단 선택을 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구속·기소 실적이 없는 해병 특검은 15일 돌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 뜬금없다는 지적도 받는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