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통상협상이 막판에 타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양국은 그동안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의 현금 비중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미국은 우리 측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구에도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이 우리의 외환시장 충격 우려에 공감을 표시하고 일부 변화된 입장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통상라인 ‘빅4’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일제히 워싱턴으로 향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청신호를 켜는 것은 재계 움직임이다. 이번 주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5개 그룹 총수들이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는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협상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막판 민관 총력전을 펴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기로 했다”고 거론하는 등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하지만 협상 책임자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 “한국과 협상이 거의 끝나간다(we are about to finish)”며 “디테일을 해결하는 중(ironing out the details)”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고 한화오션 자회사를 제재한 것도 중대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중국의 반발로 인해 미국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분위기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에 통상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향후 10일’과 정확하게 겹친다. 마지막까지 민관 총력전으로 협상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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