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탈출 한국인 호소
친구에게 취업사기 당한 건데
韓 오니 “너도 범죄자”… ‘억울’
경찰 “처음부터 범죄인줄 알고
조직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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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친구에게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데, 한국에 오니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의 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끌려갔다 몸값을 내고 탈출한 손모(34) 씨는 16일 문화일보에 “범죄임을 알면서도 출국한 이들과, 취업 사기를 당한 이들을 구분했으면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일각에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납치·감금당했던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기류가 나오자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손 씨는 “(중국 온라인 플랫폼) 테무에 물건을 판매하는 일이라고 친구 소개를 받아 출국했는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범죄단지로 끌려갔다”며 “로맨스 스캠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중국인 간부들이 한국인 30여 명을 감금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들의 감시 속에 공포에 떨었다는 손 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몸값 5000달러(700만 원)를 겨우 마련했다”며 “돈은 못 벌고 항공 요금과 빚만 진 채 한국에 돌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경찰 조사를 받은 손 씨는 범죄조직 운영책으로 일한 혐의의 피의자로 송치돼 현재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에서 탈출한 30대 청년 A 씨의 부모 B 씨도 이날 문화일보에 “속아서 갔는데 돌아오니 범죄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해 2∼4월 캄보디아에서 한국을 겨냥한 리딩방 사기 조직에 가담한 혐의(범죄단체가입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로 구속됐다. 그는 캄보디아 여행을 갔다가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지인의 꾐에 빠졌다고 한다. A 씨는 두 달 만에 탈출했지만, 넉 달 뒤인 지난해 8월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B 씨는 “조직원 1명이 한국인 5∼6명을 맡아 관리하며 ‘여권을 돌려달라’고 하면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며 “강제노동에 시달렸고, 귀국 후에도 범죄조직이 아들의 아이디로 사기 행각을 이어갔는데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의 하소연은 피해자가 가해자이기도 한 ‘피싱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실제로 동남아 피싱 범죄에 정통한 한 경찰관은 “현지 범죄단지에서 감금·폭행당한 것으론 ‘피해자’로 볼 수 있지만, 상당수는 귀국하면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국내에서 검거해 조사하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출국했다’고 변명하다 추궁하면 ‘모집책을 통해 처음부터 피싱 범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갔다’고 실토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투자리딩 사기 조직 사건을 수사 중인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 역시 “적발된 사기 조직의 구성원 상당수는 처음부터 알고 가담한 경우가 많다”며 “이후 실적 부진이나 이탈 시도로 인해 폭행·감금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현웅 기자, 강한 기자, 박천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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