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국산 둔갑 부정유통 급증

전주=박팔령 기자

지난 5년간 쌀값 불안이 반복되는 사이, 수입쌀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등 부정 유통 행태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표시 위반을 넘어, 국내 양곡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격 질서를 뒤흔드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민주당, 정읍·고창)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374건, 1117t 규모의 수입쌀(수입밥쌀·가공용수입쌀)이 원산지를 속이거나 표시하지 않은 채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63건, 203만8000t의 수입쌀이 부정 유통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대비 무려 60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부정유통 적발 건수는 70.3%, 손해액은 138.6% 급증했다. 부정유통으로 인한 피해액은 30억5000여만 원에 달했으며, 전문가들은 “국산 쌀값 하락과 소비자 불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유형별로 보면,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사례가 271건(1104t)으로 전체의 70%를 넘었고, 표시 자체를 누락한 경우는 103건(13t)이었다. 용도별로는 밥쌀용 수입쌀의 부정 유통이 314건(249t), 가공용 수입쌀이 60건(868t)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의원은 “쌀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값싼 수입쌀을 국산으로 속여 팔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수입쌀은 국내산보다 가격이 훨씬 낮기 때문에 원산지를 속이면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국내 쌀값 형성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정부는 밥쌀용을 비롯한 수입쌀의 유통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상습적인 부정 유통업체에 대해 강력한 행정·사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국민 먹거리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곧 미래 쌀 산업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팔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