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게 두 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 주근깨투성이 얼굴, 그리고 짝짝이 긴 양말. ‘말괄량이’ 그 아이 ‘삐삐’다. 못된 도둑을 혼내주고, 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선생님과 경찰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천하무적 소녀. 삐삐 탄생 80주년을 맞아 ‘삐삐 롱스타킹’(시공주니어) 특별판이 나왔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대표작인 삐삐 이야기는, 어른들이 만든 질서와 규칙을 뒤흔들어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출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전 세계인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 존재가 됐는데, 그건 삐삐가 따뜻한 마음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하고, ‘사람’에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기준과 말에 자꾸 의기소침해지는 시대. 삐삐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떠올리며, 이 대사를 주문처럼 외쳐보자. “아, 살아 있다는 건 정말 멋져!” ‘명랑’을 몰고 오는 부적 같은 책이다. 392쪽,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