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서 신작 공개 구자하 작가
무대에 관객 초대해 요리 대접
해외선 ‘하이브리드 연극’ 칭해
“난 한국과 유럽 그 사이에 있어
관객도 이방인 감정 이해할 것”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태어나 김치를 안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잖아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운명이자 정체성이죠. 하리보(젤리)는 제가 처음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이후 새롭게 중독된 취향이었어요. 두 음식을 통해 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이는 ‘하리보 김치’(16, 18∼19일·대학로극장 쿼드)의 제목의 뜻을 묻는 질문에 구자하 작가는 이같이 답했다.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구 작가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처음 선보인 ‘하마티아 3부작’(‘롤링 앤 롤링’ ‘쿠쿠’ ‘한국의 역사’) 등 그의 작품은 18개 언어로 번역돼 27개국에서 300회 넘게 공연돼 왔다.
‘하리보 김치’는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유럽에서 이방인 작가로 활동하며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 어려움을 담았다. 이런 그의 작품을 두고 유럽에서는 ‘하이브리드 연극’(hybrid theatre)이라 칭한다. 구 작가는 무대 위 놓인 포장마차로 관객 두 명을 초대한 뒤 그들의 취향과 기호를 반영해 김치전, 미역냉국 등 요리를 대접한다. 각 요리에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얽혀 있다.
“‘하리보 김치’ 작업을 하면서 ‘젤리니스’(jelliness)라는 용어를 만들었어요. 젤리는 쉽게 부서질 것 같은데 만지다 보면 모양이 흐트러져도 다시 회복되거든요. 유럽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그 답이 바로 ‘젤리니스’였죠.”
구 작가는 작품에 대해 “김치 디아스포라”라고 요약하며 “나는 한국과 유럽 그 사이 어딘가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서울로 상경하고 서울에서 처음 살게 됐을 때 겪는 어려움 등이 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는 국내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이론을 전공했다. 전통적인 형태의 연극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구 작가는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암스테르담 예술대학에서 현대연극 연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로 유럽과 세계를 무대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 작품을 두고 “연극”이라고 소개하며 “연극의 태생적 원리는 관객을 극장으로 초대해 연대를 이루어 정치적인 힘을 발현시키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내 작업은 연극이라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극은 흘러가는 시간과 시대를 포착할 수 있는 거울이다. 그 거울은 관객과 나를 모두 비춘다”고 부연했다.
구 작가의 차기작은 K-팝 산업의 이면, 나아가 포스트 K-팝을 다루는 ‘본 투 비 케이 투 비 팝’(Born to be K to be Pop). 2027년 공개 예정이며 구 작가의 첫 대형 작품이다. 그동안 직접 무대에 올라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놓던 방식과 다르게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그는 “언젠가 한 프랑스 기자가 구자하는 항상 작은 작업만 한다고 평한 글을 봤다”며 “저는 작은 작업이 좋아서 그랬을 뿐인데 제 예술적 도전을 위해 대형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