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체스 메이트

박지숙 글·양양 그림|가나출판사

2016년 3월, 이세돌 전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대결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인류는 그의 4패보다 1승에 더 의의를 뒀다. 존재하는 바둑의 수를 모두 숙지하고 있을 AI를 넘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간에 대한 찬사였다.

‘체스 메이트’는 마인드스포츠 중 하나인 체스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가로 8줄, 세로 8줄의 판 위에서 흑백의 말이 맞선다. 퀸, 룩, 비숍, 나이트, 폰.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상대의 진영에 파고들어 킹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주인공 ‘동주’는 전국 어린이 체스 대회 우승자다. 오로지 이기는 것만이 목적인 동주 앞에 적수가 나타난다. ‘야스민’은 체스를 배운 지 한 달 만에 챔피언인 동주를 이기고 사람들의 관심을 채간다. 승리에 도취해 이기적이고 예의 없는 경기를 이어가던 동주는 패자가 된 후에야 진짜 체스를 배운다. 경쟁자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진 선수를 배려하고, 패배 후에도 슬퍼하지 않는 법을.

승승장구하던 야스민은 갑작스럽게 체크메이트를 당한 킹의 처지가 된다. 국적을 두지 못해 세계 어린이 체스 대회 출전이 막힌 것이다. 어린이의 꿈과 희망은 흑백으로 갈라 싸우는 어른들에게 막혀 날지 못한다. 한때 야스민에게 “너희 나라로 가란 말이야. 내 것 좀 뺏지 말고!”라고 외쳤던 동주는 야스민 편에 선다. 아무리 승리가 달콤해도 진정한 맞수를 잃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경기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내일의 경기는 달라질 거야.” 새로운 수를 찾으면 얼마든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선수는 64개의 칸 위에서 체득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돌파구를 찾아낼 어린이의 묘수를 응원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168쪽, 1만45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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