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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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통장 빌려주면 1200만 원’ 유혹

모집책 따라 현지로 건너가

단지 내부서 폭행·감금·인신매매 일상화

부산=이승륜 기자

캄보디아 현지에서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웬치(Wench)’ 범죄단지를 여러 차례 드나든 50대 남성이 국내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단지 내에서 폭행과 살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한국인들이 대거 가담해 있는 실태를 최근 국내 언론 매체를 통해 전했다.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지난 15일 50대 남성 A 씨가 경찰서를 찾아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에 연루됐다고 자수해 사기방조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기초조사를 마친 뒤 사건을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자 신용불량자로, 지난여름 텔레그램을 통해 “통장을 며칠 빌려주면 12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모집책을 통해 캄보디아로 건너간 것으로 조사됐다. 모집책은 이른바 ‘장집’이라 불리는 브로커 조직으로, SNS를 통해 취업·단기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사람을 모집해 현지로 송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국내 매체를 통해 지난 8월 20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도착해 현지 경찰의 제지 없이 ‘웬치’라 불리는 범죄단지에 입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구에 현지 경찰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100~150달러를 주면 통과시켜줬다”고 말했다.

단지 내부는 수백 개의 건물이 고밀도로 밀집해 있으며, 각 건물마다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가상화폐 투자사기 등 다양한 형태의 범죄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단지 규모가 크고 구역별로 ‘강·중·약’으로 나뉘어 있는데, ‘강’ 구역에서는 폭행과 감금, 인신매매까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돈 문제로 조직에 밉보이면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된다”며 “현지에서 사망자가 50~100명은 될 것으로 본다. 실종된 사람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하고 시신은 소각장에 버려진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특별자수기간’ 운영 중 접수된 자수 사례다. 이에 A 씨는 귀국 후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경찰에 자수했고, 현재 수사에 협조 중이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토대로 국내 모집책과 해외 브로커 간 자금 흐름, 범행 구조, 현지 협력 세력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통장을 범죄조직에 양도했다’는 기초 진술 수준으로, 실제 어떤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연루됐는지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A 씨가 언급한 폭행·살해 등은 직접 확인된 정황이 아니다”며 “현재는 자수 사건으로 접수돼 불구속 입건된 상태이며, 자금 흐름과 국내 모집책·해외 브로커 연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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