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번에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의 강도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주요 내용은 규제지역의 광역적인 지정, 고가 아파트 시장과 갭투자가 표적인 다양한 대출 규제 강화이다. 서민을 위한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고,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한 규제 강화책이라는 등 많은 비판에 더해,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기존의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얹어 만든 ‘3중 규제지역’을 서울시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를 포함하는 초대형 권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풍선효과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그 과감한 선택의 후과가 두렵다.
특정 지역의 규제 도입으로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 압력이 주변 시장으로 흘러넘치는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한다. 규제의 도입에 따른 풍선효과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고, 그렇게 압력이 주변 지역으로 빠져야 그나마 최선호 지역의 가격이 단기적이나마 안정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이던 2019년 말에서 2020년 중반까지 이어진 서울 강남에 대한 규제 강화는 강남 고가 아파트의 상승세를 상대적으로 둔화시켰으나, 그 대가로 ‘노도강’(서울 노원·도봉·강북구)의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풍선효과를 막는 것이 규제의 일차 목표일 순 없다. 풍선효과를 동반해서라도 쌓인 압력을 줄이지 못할 경우 그 쌓인 압력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매우 걱정된다. 수원·광명이 강남·한강벨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면 서울 선호 지역의 집값 안정은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풍선효과를 막자고 덤벼들 문제가 아니라,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의 강도나 파급속도를 어떻게 완만하게 관리할지를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 전체에 전면 적용되는 토허구역의 후폭풍은 더욱 걱정스럽다. 토허구역 설정이 가격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다. 3·24 토허구역 확대 이후 6·27 대책 시점까지 3개월간의 주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로 살펴본 상승률은 서울시 전체는 3%에 불과한데, 대상 지역인 강남 3구는 6%에 이르렀다. 풍선효과 우려가 있던 강동·성동·광진·마포·동작구 등 한강벨트 평균이 5% 수준으로 오히려 더 낮다. 기존 시가지 내에서는 정비구역별로 활용되던 토허구역을 광역으로 지정할 때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주택 수요를 받아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온갖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한다면 결국 현금 부자들이 시장을 독식할 것이다.
토허구역을 확대한 정부의 단순명료한 논리는 갭투자를 방지해서 투기적인 구매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토허구역은 갭투자만 막는 게 아니라, 2년 거주 요건으로 인해 모든 전월세 공급 물량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전월세 상승이라는 부작용은 기본이고, 도심 접근성을 누리면서 줄어드는 출퇴근 시간을 육아를 위해서나 자기 발전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청장년 임차 가구의 거주 기회를 박탈한다.
이번 대책은 살살 달래가며 치료해야 할 초기 암환자를 하루아침에 말기 암환자로 만들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말기 암환자를 살리겠다며 과도한 처방을 남발하다가 결국에는 주택시장에서 거래의 자유가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자산 형성의 꿈을 포기하게 될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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