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野·대법원장 내란세력 공격 與

대통령 의제도 삼키는 부작용

집권 초 여권의 정쟁 주도 기이

 

절반 못 미치는 49% 지지율로

국민주권정부 자임은 어불성설

국민 앞세워 뭐든 하겠단 선언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열린 국정감사는 여당의 일방적 자의적 진행으로 인해 본연의 취지에서 일탈하고 있다. 곳곳에서 국정감사를 빙자한 사법부·대법원장 및 정치적 반대세력 겁박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징적이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집단 폭행과 다름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추미애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 청문회 의결,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선임 투표로 부결, 대법원장 국감장 이석(離席) 불허 등 유례없는 행태를 자행했다.

집권 초에 여당이 사법부를 공격하고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제1야당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등 정쟁을 주도하는 건 기이한 풍경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야당은 신정부 초기부터 대통령과 여당을 상대로 투쟁에 돌입한다. 정부 실패가 정권 탈환의 첩경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신정부 의제를 흔들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진흙탕 싸움을 유도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 중진 의원들이 앞장선다. 19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집권 세력임에도 야당 DNA를 버리지 못했거나, 다른 정치적 노림수를 숨긴 포석일 것이다.

정청래 대표, 추 법사위원장, 전현희 최고위원, 서영교 의원 등은 여기저기 내란 딱지를 붙인다. 제1야당에 대해 툭하면 해산해야 할 내란 세력이라고 비난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요건이 안 되는데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탄핵돼 파면됐다. 어설픈 계엄은 2시간 반 만에 국회 의결로 해제되면서 ‘내란 시도’라는 민주당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이미 진압됐다. 그런데도 제1야당을 없어져야 할 내란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강경 발언을 하면 할수록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자꾸 험한 말 경쟁을 하는 모양새인데, 그럴수록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경제·민생 활동을 빛바래게 한다.

근거 없는 말도 자꾸 듣다 보니 세뇌된 것일까. 합리적 여권 인사로 평가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충격이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국회의 계엄해제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정치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도 내란 동조나 가세로 보긴 무리다. 더구나 ‘12·3’ 계엄 당일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해제 를 요구한 만큼 야당 전체를 내란당으로 모는 건 억지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 선고를 놓고 “조희대의 사법쿠데타”(추미애),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정청래)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한 전원합의체에서 10명이 유죄 취지로 판결했는데, 조 대법원장만 때린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9명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부터 기가 막힌다.

민주당의 야당 비난은 정치 공세로 치부하더라도 사법부와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은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헌법 파괴 행위다. 14명인 대법관의 26명으로 증원과 법관 외부평가제 도입, 대법원 확정판결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4심제’ 도입은, 이 대통령과 여권이 사법부를 장악하게 해 민주 헌정 질서가 종말을 맞을 수 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조리돌림은 자진 사퇴를 이끌어 내 방해물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라 명명했다. 민주주의 원칙을 확인하는 당연한 뜻으로 그리 거창한 이름을 붙이진 않았을 것이다. 주권을 위임받은 정부라는 오만과 국회 다수당이 국민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국민주권을 앞세워 삼권분립을 흔들고 사법부를 겁박하며 야당 해산을 협박하는 정치는 돌이킬 수 없는 독재의 문을 연다. 다수당이라고 헌법과 법률 위에 있을 수도 없지만, 이 대통령 대선 득표율은 49.42%로,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다. 총 유권자 대비로는 38.94%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취임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을 약속했지만, 정반대로 가고 있다. 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권력도 국민도 불행해진다.

김세동 논설위원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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