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7일 오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3786을 뚫는 등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58% 넘게 급등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는 “코스피 4000이 가시권에 들어왔고,코스피 5000도 꿈이 아니다”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랠리는 여러 호재가 맞물린 결과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기관·외국인들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조선·방산·뷰티·푸드 등 ‘K-산업군’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관세협상이 타결 수순에 접어들고, 부동산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까지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제는 ‘일단 안 돼’가 아니라 ‘일단 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 정책을 독려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상승세를 정부의 정책 성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실물경제 측면에선 사면초가 신세다. 2015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25∼54세 핵심 취업자 수 역시 늘지 않고 있다. 주력 산업들이 중국과 경쟁에서 밀려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이번 급등도 일시적 유동성 장세에 그칠지 모른다. 생산성 향상이나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 역시 위험 수위다.
정부와 여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외치면서 노란봉투법·더 센 상법·법인세 인상 등 반(反)기업 입법을 쏟아낸다. 기업을 옥죄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일본은 지속적인 아베노믹스로 2012년 9000이던 닛케이지수가 4만5000으로 5배 넘게 뛰었다. 그만큼 정책의 방향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앞으로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치솟는 이면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 내년에도 1.9%가 전망되는 암울한 현실도 살펴야 한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에 좌우된다. 반기업 정책을 고집하며 기업 활력을 꺾는다면 코스피 5000은 신기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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