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서원석 한국관광학회장 경희대 호텔관광대 학장
일본 오사카(大阪) 복합리조트(IR)는 한국 카지노·관광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압박하는 초대형 변수다.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한 해당 리조트는 연간 게임매출(GGR)만 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방문객 기여율이 최소 3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장 첫해 1조6000억 원, 안정기에는 2조3000억 원 수준의 한국인 카지노 수요가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이를 국내에서 수용할 경우 확충 가능한 관광진흥개발기금만 연간 1600억~2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동북아 카지노 시장은 일본의 IR 도입으로 급격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연내 두 개 IR을 추가 지정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동북아 카지노 시장 경쟁 구도는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가 두 개 IR로 연간 7조 원의 GGR을 달성한 전례를 고려하면, 오사카를 포함한 일본의 IR 시장은 단기간 동북아 최대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카지노산업 구조로는 이런 시장 변화를 감당하기 어렵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주를 이루고 있고, 내국인 허용은 강원랜드 1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복합관광·문화·마이스(MICE) 시설과 쇼핑·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출을 극대화하는 일본식 IR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관광수지 적자 확대와 지역 관광 활성화 위축은 불가피하다. 강원랜드·제주·인천 등 기존 집적지는 매출 감소와 연계 산업 침체가 우려된다.
2022년 기준 불법 온라인 카지노 시장 규모는 22조 원을 넘어섰다. 사설 카지노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합법적이고 투명한 제도권 카지노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해외원정·불법 도박으로 빠져나가는 내국인 수요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규제 정비와 제한적 내국인 허용을 통한 국내 카지노 산업의 구조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정부와 산업계는 카지노 산업을 관광과 지역경제를 이끄는 전략 산업이 되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카지노를 외화 획득 수단으로 한정하기보다는, 공연·쇼핑·숙박·컨벤션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적 유도 모델로 확립해야 한다. 내국인·외국인 구분 전용 구역 운영, 사회 환원과 지역 투자 조건 부과 등 관리형 제도를 도입해 건전성과 지역 공익을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
조건부 오픈 카지노 도입과 카지노산업 고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제한적 내국인 허용과 IR 육성은 무분별한 도박 확산이 아닌, 해외로 유출되는 원정·불법 수요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적 접근이다.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과 고부가가치 창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오사카 IR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 경쟁력 있는 카지노산업 모델을 조속히 확립하고 규제 혁신과 정책적 투자를 통해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거대한 기회의 문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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