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러트닉 협상 돌입

 

한국, 3500억달러 10년 분할하고

미 ESF 활용한 통화스와프 제시

대출·보증 비율 재조정도 꺼내

 

김용범, 백악관 OMB국장 면담

김정관-러트닉 기싸움

김정관-러트닉 기싸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관세협상의 ‘키맨’ 김정관(왼쪽 사진) 산업통상부 장관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방문을 위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도착했다. 김 장관은 이어 미 상무부 청사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오른쪽) 장관을 만나 대미투자 3500억 달러 조율 등을 위한 관세협상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의 마지막 퍼즐이 될 3500억 달러(약 496조 원)의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에 대해 양국 협상의 ‘키맨’들이 실현 가능한 대안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외환보유액의 80%를 상회하는 금액을 현금 선불로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돌려놓기 위해 한국 측은 ‘원화’를 활용하는 투자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양국 관세 협상 타결의 핵심 사안이었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한국의 외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이 합의될지 주목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미 간 협상의 막판 쟁점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선불 요구’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우려 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구 부총리와 함께 이번 협상의 키맨으로 꼽히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산업통상부의 김정관 장관·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워싱턴DC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미국 측 키맨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및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각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외환 사정상 한국이 그렇게(현금 선불로) 하기 어렵다는 것을 베선트 장관에게 말했고 베선트 장관은 한국이 한꺼번에 선불로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베선트 장관에게 러트닉 장관 등 행정부 내부에 (한국 입장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자기가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세 협상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만하면 됐다’며 협상 타결 건의를 올릴 수 있는 핵심 인사들이다.

한국 측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은 달러 대신 원화로 대미 투자 펀드를 실행하는 방안이다. 한국 측이 미국 현지에 계좌를 개설해 원화를 보내면 미국 측이 이를 재원으로 달러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미 재무부가 최근 체결한 통화스와프 사례처럼 한국은행과 미 재무부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재무부의 외환안정화기금(ESF)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또 한국의 외화 조달 여력상 외환 시장 충격 없이 외부로 반출할 수 있는 달러 규모가 연간 200억~300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해 약 10년에 걸쳐 투자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3500억 달러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무역·투자기관의 대출·보증 비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김 장관도 이날 워싱턴DC의 미 상무부 청사를 찾아 러트닉 장관과 120여 분간 협상을 벌였다. 김 실장과 여 본부장도 이번 협상에 참여했으며 김 실장은 협상 후 취재진에게 “충분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 등은 이에 앞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면담하고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은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양국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도 보다 현실적인 투자 펀드 실행 방안이 성사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희 기자, 신병남 기자, 조율 기자
박준희
신병남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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