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쎄시봉’ 마지막 공연
가수 지드래곤 노래 ‘But I love You’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 모든 추억의 첫 페이지에 네가 있잖아.’ 노래채집가에겐 쎄시봉 형님들(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도 그런 분들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별칭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건 순전히 거실에 있던 커다란 TV의 위용 때문이었다. 그 집에 놀러 간 날 ‘쇼쇼쇼’(TBC)에 원시인 복장으로 톰 존스의 ‘딜라일라’를 부르는 괴상한 청년이 나왔는데 이름이 조영남이었다. 영어를 팝송으로 공부하던 그 시절 내 짝과 나는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가 부른 번안곡을 라디오에서 받아적고 화음을 넣어 따라불렀다. 근심 없는 달콤한 표정으로 ‘좋은 걸 어떡해’를 부르던 막내 김세환(1948년생)이 지드래곤(1988년생)보다 40년 연상이니 이분들 오래도 버텨내셨다. 감사의 리스트, 첫째 모두 건강하고 둘째 서로 사이좋고 셋째 함께 노래할 수 있으니 복이 많아도 엄청 많으신 분들이다.
지드래곤은 ‘뽀뽀뽀’에 출연할 때부터 좀 튀는 편이었다. 아들과 동갑이라 성장 과정을 곁에서(지금은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만약에 그가 40년 후 ‘더 라스트 콘서트’를 한다면 오프닝을 어떤 곡으로 할까. ‘그댈 위해서 불러왔던 내 모든 걸 다 바친 노래’(지드래곤 작사 작곡 ‘거짓말’)도 후보곡이다. 그 공연을 살아서 본다는 건 아마도 거짓말일 테니 아직 걸을 수 있는 나의 벗들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 올림픽홀에 나란히 앉아서 즐긴 쎄시봉의 마지막 공연을 낙엽 세듯 반추해본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부터 노래한 가수들이라니 도무지 어리둥절하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두 시간 동안 무슨 노래를 부를까. 과연 노래가 될까. 노인들(?)의 음악회임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시작한 건 일단 안심이었다. 무대의 첫 페이지를 어떤 노래로 열까 자못 궁금했는데 개성 강한 포맨(4인)의 선택은 그들이 노닐던 목화밭(Cotton Fields)이 아니라 뜻밖에도 정글 속(In the jungle)이었다.
‘정글 속에서 고요한 정글 속에서(In the jungle, the quiet jungle) 사자는 오늘 밤에 잠을 잔다네(The lion sleeps tonight)’ 영화 ‘라이온 킹’ 덕분에 친숙해진 바로 그 노래다. 뿌리를 더듬어보니 원곡(‘Mbube’)은 193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솔로몬 린다가 녹음했다. 양치기 소년 시절에 사자를 직접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라고 한다. 쎄시봉이 커버한 버전은 1961년 12월에 3주 동안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5인조 더 토큰스(The Tokens)의 ‘The Lion Sleeps Tonight’이다.
지드래곤 가사에는 영어가 많은데 And I love you보다 But I love you를 선호하는 듯하다. (‘거짓말’에도 ‘I’m so sorry But I love you’가 나온다) 쎄시봉도 각자 이래서 좋고 저래서 싫었던 시절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누가 더 인기 있냐, 누가 더 돈이 많냐, 누가 더 상을 받았냐는 이제 낡은 질문들이 되고 말았다. 김세환은 첫 곡으로 ‘사랑하는 마음’(송창식 작사 작곡)을 불렀다. 중간에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부분에서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니 수천 명이 화답한다. “사랑해.” 나도 절규하듯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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