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중국산 공세 정면돌파

경기불황 속 ‘실속형’ 선택 늘어

 

폭스바겐 ‘ID 크로스 콘셉트’ 등

소형 전기차 4종 내년 순차출시

볼보 EX30 주행개선 모델 선봬

테슬라도 ‘모델3’ 저가버전 내놔

독일, 미국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4000만 원대 전기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 폭탄 등 겹악재를 겪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시장 침투를 확대하고 있는 저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기차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독일 뮌헨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소형 전기차 4종을 순차적으로 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내년에 출시할 대표 도심형 전기차 ‘ID.크로스 콘셉트’를 선보였다. 차량의 판매 가격은 2만5000유로(약 415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엔트리급 순수 전기 SUV인 ID.크로스 콘셉트는 폭스바겐의 모듈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211마력(PS)의 전기모터를 탑재한 ID.크로스 콘셉트는 최고속도가 시속 175㎞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유럽 WLTP 기준)는 최대 420㎞에 달한다. 이와 함께 넉넉한 탑승 공간과 견인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장(길이)은 4161㎜, 전폭(너비) 1839㎜, 전고(높이)는 1588㎜,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601㎜다. 견인 능력은 최대 1200㎏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소형 해치백 ‘폴로’의 전기차 모델인 ‘ID.폴로’, 고성능 버전인 ‘ID.폴로 GTI’도 내년 중 출시해 2만5000유로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에는 2만 유로(약 3200만 원) 수준인 ‘ID. 에브리1(EVERY1)’의 양산 모델도 선보이며 엔트리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 모델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선택지로 유럽 등 엔트리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CEO는 “저가 전기차 모델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폭스바겐은 경쟁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볼보는 대표 소형 SUV인 ‘EX30’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볼보는 최근 EX30의 주행 능력을 대폭 개선한 ‘EX30 크로스 컨트리’(EX30CC)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5516만 원으로, 스웨덴(60만9000크로나·약 9100만 원) 등 주요국 대비 저렴하게 책정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 혜택 적용을 받으면 4000만 원대 후반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충전하면 복합 기준 최대 329㎞까지 달릴 수 있어 주행거리는 길진 않다. 그럼에도 약 3분간 공조 시스템을 최대로 작동해 환기를 돕는 ‘리프레시 모드’, 좌석 시트 위치와 실내 조명·온도 등을 조정하는 ‘휴식 모드’, 주차 후 운전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지원하는 ‘주차 컴포트 모드’ 등 각종 최신 기능을 추가해 편의사양을 높였다.

미국 테슬라는 대표 중형 SUV인 ‘모델Y’와 중형 세단인 ‘모델3’의 저가형 버전인 스탠다드(기본형) 모델을 최근 선보였다. 모델Y 스탠다드의 가격은 3만9990달러(약 5600만 원)로 책정돼 기존에 가장 저렴했던 모델Y의 롱레인지(RWD) 후륜구동 모델(4만4990달러)보다 5000달러 내렸다. 테슬라는 모델3 스탠다드 버전 가격을 3만6990달러(약 5260만 원)로 제시했는데, 이는 기존의 모델3 RWD 후륜구동 버전(4만2490달러)보다 5500달러 낮아진 금액이다. 테슬라가 가진 ‘고가’ 차량의 이미지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각종 보조금을 받게 되면 마찬가지로 4000만 원 중·후반대 가격에서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델Y 스탠다드의 주행거리가 기존의 357마일에서 321마일(516㎞)로 짧아지고, 일부 편의사양을 줄여 가격이 저렴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BYD코리아는 최근 중형 SUV인 ‘씨라이언7’을 국내에 출시, 판매를 시작했다. 씨라이언7은 BYD가 직접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장착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해 전기차의 주행거리 등 성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라이언7은 환경부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98㎞(복합 기준)로, 판매가격은 4490만 원이다. 국고보조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회사 측은 희망 고객을 대상으로 보조금 상당액인 180만 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황 등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가격과 성능 모두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영 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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